송강 정철이 강계에서 귀향사리를 할 때, 적막한 처소에 혼자 술이 취해 누어있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송강은 누운 체로 누구인가 물렀다 대답대신 문이 스르르 열리고 잠옷으로 얼굴을 가린 한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들러서는 대 마치 천상의 선녀 같았다.
그가 바로 기생 ‘진옥’이다 두 사람은 술상을 마주하고 않았다 반쯤취한 송강이 입가의 웃음을 머금고 진옥을 불렀다 “진옥아, 내가 시조한수를 읊을 테니 그대는 이 노래의 화답을 하 거라.” “예, 부르시옵소서.
기생진옥은 가야금을 뜯고 송강 정철은 목청을 한 것 가다듬어 노래를 했다 옥이 옥이라서 번옥만 여겼더니이제야 보아하니 진옥 [眞玉]일시 적실하다나에게 살 송곳 있으니 뚫어 볼가 하노라이 시조를 현대시조로 풀어 보면, 옥이 옥이라, 하기에‘ 번옥[돌가루로 만든 가짜 옥을 말함]으로만 여겼더니 이제야 자세히 보니 참 옥이 분명하고나 나에게 “살 송곳” 있으니 뚫어 볼가 하노라[여기서 살 송곳이란 남성의 ’심벌‘을 의미함] 송강의 시조창이 끝나자 이어 진옥이 밭았다 철이 철 이 라거늘 섭 철로만 여겼더니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 볼가 하노라쇠라 하기 에 순수하지 못한 섭철[잡다한 쇳가루가 석인 쇠]로만 여겼더니 이제야 자세히 보니 정철 ‘正鐵’임에 틀림없구나.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그 쇠를 녹여 볼 가하노라 (골풀무란 쇠를 달구는 대장간의 풀무로서 여기서는 여자의 심벌을 의미함)그날 밤 송강과 진옥은 이 시조를 촉매제로 하여 적소를 밝히는 촛불보다 더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의 밤을 보냈던 것이다 보시다시피 남자의 상징을 ‘살 송곳’으로 비유한 송강의 기지나, 여자의 상징을 남자의 심벌을 녹여내는 ‘풀무’로 비유한 진옥의 능란한 수법은 참으로 탁월하다 하겠다.
요즘 유행하는 y담 즉 음담패설 보다는 한수가 높은 격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이미 조선 선조 때에 발생했던 것이다. <윤금초 시조인>“청순가련” 동초東草스산한 바람 옷깃 여미는 이 소절에.어딘 가에 들려오는 여인의 흐느낌천상의 요조숙녀인가? 은반 위 요정인가?
아침 이슬을 머금은 듯 한 새치름한 얼굴,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슬픈 속눈썹은 선녀가 하강 한 듯한 비련의 여인이여.봉긋이 튀어나오는 앵두 같은 붉은 입술,오이씨 같은 이 풍만한 젓 무덤 위로살며시 어우러지는 남녀의 원앙금침은. 풍성한 시조 음률도 일순 사라지고선비의 지조마저 하늘 계시 저버려. 하룻밤 유희 향락은 일장춘몽 되었네,
송강과 진옥의 애첩을 모델로 싫어 보았지만 [동초의 “청순가련은] 송강과 진옥의 진한 사랑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무릇 조선 선비들은 고고한 유교 정신을 살려 시조문학을 지켜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들 시조의 내력을 보면 그리 순수 하지만 않았다. 덕망 높은 인물일수록 기녀를 상대로, 한” 한시가 많았다. 송강 정철과. 진옥, 황진이와. 서경덕. 그렇고 평양기생 계월향이 그랬다.
조선의 최고 스캔들의 대과였던 어우 동은 지금까지도 색스의 상징적인 물로 많은 역사학자들로 부터 지탄을 밭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왜장을 껴않고 강물 속에 몸을 던진 논개가 있어서 동초가 시조를 짓는데 조금이나마 위안 이 된다.<다음번엔 ‘고산 윤선도’ 편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