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서랍 안 지갑을 깨워
창가 따순 햇살 아래 앉힌다
눅눅한 추억이
햇살 아래 부시시
일어난다
낡고 닳아빠진
가난의 속살 덧문이
열렸다 닫혔다 수억 번
바람처럼 드나들던 그가
훌쩍 가버린 후
지갑 속
신용카드와 지폐 몇 장
운전 면허증과 사진 두어 장
꼬깃꼬깃 접은 쪽지 하나
한 때 소박했던 그의 작은 꿈들이
나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가 떠난 후
새해가 세번이나 다녀간다
오는 듯 가는 듯
벌써 겨울이 성큼
토방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의 겨울은 언제나
겹으로 껴입어도
뼛속까지 겨울이다
검은 허공에 무덤을 내고
지갑은 기어이 과거를 묻는다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라고
우리 슬프지 말자고, 더는
그는 비닐봉지 안에
두 손 포개 조용히
몸을 눕힌다
어디선가 멀리서
누가 울고 있나 보다
보슬보슬 보슬비에
젖는 이 밤
나도 젖는다
*먼저 떠난 사랑하는 남편 김병모씨 지갑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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