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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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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이시랑 2024-11-29 0

잠자는 서랍 안 지갑을 깨워

창가 따순 햇살 아래 앉힌다


눅눅한 추억이 

햇살 아래 부시시

일어난다


낡고 닳아빠진 

가난의 속살 덧문이 

열렸다 닫혔다 수억 번


바람처럼 드나들던 그가 

훌쩍 가버린 후 


지갑 속

신용카드와 지폐 몇 장

운전 면허증과 사진 두어 장

꼬깃꼬깃 접은 쪽지 하나


한 때 소박했던 그의 작은 꿈들이 

나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가 떠난 후

새해가 세번이나 다녀간다


오는 듯 가는 듯 

벌써 겨울이 성큼 

토방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의 겨울은 언제나  

겹으로 껴입어도 

뼛속까지 겨울이다


검은 허공에 무덤을 내고

지갑은 기어이 과거를 묻는다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라고


우리 슬프지 말자고, 더는


그는 비닐봉지 안에

두 손 포개 조용히 

몸을 눕힌다  


어디선가 멀리서

누가 울고 있나 보다


보슬보슬 보슬비에

젖는 이 밤

나도 젖는다


*먼저 떠난 사랑하는 남편 김병모씨 지갑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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