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 저녁 햇살 거둬
바랑 지고 오늘이 언덕 넘는다
키 큰 건물들이
벌떡벌떡 일어나
불빛 챙겨
사무실 유리창 틈새로
귀가를 서두른다
후우-
오늘을 잘 살아 냈네
축하해
너를
나를
그를
모두를
가벼워지고 싶어
신발을 벗어 던진다
현재를 빠져나온 불빛들이
아스팔트 길 위를 걸어 집으로 온다
넥타이가 훌렁 목을 넘어
장롱에 쉬러 들어간다
뻐근한 허리도
혁대를 느슨히 풀어 젖힌다
오늘은 꽃이었다
방바닥에
우수수 오늘이 진다
꽃잎처럼
두리뭉실 배추 포기 같은 여자가
배추 색 웃음을 웃으며
저녁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반주 한잔 후룩 넘긴다
캬-아
온종일 상한 속이
생선 냄새 나는
찌그러진 어느 환영(幻影)을
시원하게 배설한다
크으으
신선한 내일은
하얀 희망이다
비록 그대
날 속일지라도
난 오늘
꽃 진 자리
경건하게
비문(碑文)을 쓴다
짧은 생의 긴 하루
그냥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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