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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하나도 앱으로 주문하는 핀테크 세상이 됐다

김동호 2020-11-19 0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진격에 제동이 걸렸다. 그 결정적 장면은 지난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중국증시 상장 중단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 당국의 금융정책을 비판한 것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앤트그룹은 전자결제 앱 알리페이를 운영한다. 알리바바의 핵심 신기술 기업이다. 당초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345억 달러(38조9000억원)에 달해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예정이었다.


 비록 중국 당국의 민간기업 통제 강화 때문에 상장은 중단됐지만, 중국의 핀테크 위력은 달라질 게 없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최근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몰려들고 있는 서울 공덕동 일대 ‘마포 밸리’다. 그중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프런트 원(Front1)을 찾았다. 이곳에 둥지를 틀은 한국핀테크지원센터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핀테크는 훨훨 나는데 한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원센터에는 핀테크 스타트업 25개사가 입주해 있다. 입주 명단을 살펴보니 최고경영자(CEO)들은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대체로 젊었다. 그런데 기업 규모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직원이 달랑 두 명이거나 창업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기업도 있다. 


  이런 규모로 어느 세월에 앤트 같은 공룡 핀테크 기업이 될까 싶었다. 그나마 작은 희망이 있다면 국내 최고의 스타트업 조련사가 이들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유신(61)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 얘기다.


 그는 한마디로 ‘핀테크 스타트업 회사를 여럿 거느린 회장’이다. 육성 대상 핀테크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요건을 갖춘 업체를 선발해 최대한 빠르게 독립시키는 일을 한다. 

  그는 30년간 국내외 금융사를 넘나들며 기업 창업과 인수합병, 자금조달 분야에서 일했다. 그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핀테크 스타트업을 키우는 일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였다. 

  핀테크 육성이 시급해진 정부가 그에게 핀테크 지원사업 태스크포스를 맡겼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조련사로 불리는 정 이사장을 만났다.


 - 4차 산업혁명으로 질주하는 중국에 비해 한국은 핀테크 비즈니스가 많이 뒤진 것 같다.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과 중국이 크게 앞서 있고 동남아에도 핀테크 사업이 확산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도 발전 속도가 느리지는 않다. 지금부터 속도를 내면 된다.”


 - 왜 다들 핀테크, 핀테크 하는가.

 “지금은 금융과 연결되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핀테크가 금융을 의미하는 ‘파이낸스(finance)+기술’을 의미하듯 지금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가 모바일 플랫폼과 금융 연결망을 통해 이뤄진다.”


 - 알기 쉬운 예를 들어보자.

 “설립한 지 2년 된 핀테크 업체 한국금융솔루션의 경우다. 이 회사는 대출비교 서비스를 개발했다. 관건은 금융회사의 정보를 모으는 것인데, 고객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대출 조건을 제공하는 은행 정보를 알려준다.”


 - 기존에는 왜 불가능했나.

 “대출 비교가 가능한 핀테크 기술이 있어도 각종 금융규제에 가로막혀 있었다. 이른바 일사전속주의라는 규정이다. 하나의 금융회사는 한 개의 대출만 취급한다는 규정이었다. 핀테크 시대에는 불합리한 제도다. 그래서 2019년 4월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면서 이 걸림돌이 해소됐다. 혁신금융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일사전속주의를 적용하지 않게 되면서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은행들 메기 효과에 변화 몸부림

 -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성과를 낸다고 봐야 하냐.

 “온라인 플랫폼 업자가 여러 금융회사의 정보를 모두 활용하게 하면서 핀테크 비즈니스가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규제의 틀을 없앤 것은 아니다. 최장 2년간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해주고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 소비자에게 혜택이 클 것 같다.

 “마침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비대면 금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핀테크 비즈니스가 더 퍼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는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다. ‘내 손안의 금융’ 시대가 한층 촉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 기존 금융사의 변화는 어떤가.

 “비대면이 일반화하면서 지점 축소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기존 금융사는 미증유의 위기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모바일 앱 리브를 내놓고, 신한은행이 솔을 내놓은 것도 모두 핀테크 태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기존 사업자를 자극하는 메기 효과가 상당히 크다. 이 변화의 흐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표적 유니콘 기업으로 떠오른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해외 송금에서 시작해 지금은 기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의 전 분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자산관리 앱의 강자로 떠오른 레이니스트의 뱅크샐러드도 약진하고 있다.”


 - 뭐니 뭐니 해도 카카오와 네이버의 진격이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는 K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초기에는 성장성 논란이 있었지만, 국내 최대의 모바일 네트워크를 앞세워 핀테크 비즈니스의 강자가 되고 있다. 네이버 역시 결제를 비롯해 핀테크 적용 분야가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기존 은행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금융업의 빅뱅이라고 할만하다.

 “금융업은 지금 격변기다. 당초 은행업은 번들링(bundling)이 대세였다. 예금·대출부터 펀드·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핀테크가 성장하면서 하나의 앱에 개별 금융상품을 서비스하는 언번들링(Unbundling)을 거쳐 지금은 고객을 대거 확보한 플랫폼을 발판으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번들링(Re-bundling)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여러 서비스가 결합되는 콜라보 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대출비교와 보험·펀드 상품 판매도 가능해지고 있다.”

 

한국은 네이버·카카오가 독식 중

 -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는 것도 문제 아닌가. 미국에서는 구글·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의 분할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은 사실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거대한 플랫폼 선점 효과와 쇼핑 정보를 기반으로 핀테크 비즈니스의 최강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공룡이 있다면 다양한 초식동물도 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핀테크에서도 다양한 업종의 중소 업체가 플랫폼의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다.”


 - 금융 분야를 넘어선다는 건가.

 “핀테크는 이제 생활 속에 깊이 퍼져나가고 있다. 기존 유통업은 물론 제조업도 핀테크와 결합하고 융합해야 살아남는다. 자장면을 배달시킬 때도 모바일에서 주문하고 결제한다. 이곳 지원센터에도 다양한 업종의 핀테크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 예를 들면 어떤 곳이 있나.

 “심준원 대표가 창업한 ‘펫핀스’는 반려동물보험 비교가입청구 앱이다. ‘사람 보험과 자동차보험처럼 펫 보험도 한 곳에서 비교해보고 가입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활 속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고객은 일일이 발품을 팔지 않고 앱에서 펫 보험을 비교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설립한 지 두 달 밖에 안됐지만, 성장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이 넘어섰을 정도라서다.”


아이디어 있으면 1년간 스타트업 지원

 - 핀테크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박선웅 대표가 창업한 ‘케이크지도’는 더 신기하다. 이용자는 주로 20대 여성들인데, 기념이나 행사 때 수제 케이크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케이크 지도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다. 앱을 켜면 한눈에 자기 주변의 수제 케이크 가게가 나온다. 모바일로 직접 주문해서 결제하고 가게에 들러 가져가면 된다. 박 대표는 케이크가 자리를 잡으면, 화훼 등 다른 수제 제품으로 품목을 확장해나가려고 한다.”


 -창업자들은 센터에서 어떤 혜택을 받고 있나.

 “1년 단위로 선발해 25개사를 육성하고 있다. 독자적인 사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사무공간부터 경영에 필요한 법률·마케팅·협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선발 기준은.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과 매출 증가, 투자유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는 어느 정도 받아야 유망한가.

 “핀테크 스타트업에서는 투자를 크게 3개로 분류한다. 시리즈A 투자는 20억~30억원, B는 100억~200억원, C는 300억~500억원을 받아야 한다. 투자를 받는다는 건 사업모델의 가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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