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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라는 새 공간에서 찾아가는 행복

백경자 2022-12-15 0

콘도라는 새 공간에서 찾아가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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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콘도에서 살기가 힘들 거예요. 이게 딸이 오래전에 나에게 들러준 말이다.


콘도라는 곳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단지 갖은 지식이라곤 하우스에 살던 이웃 친구들이 콘도에 이사했다가 불만을 안고 다시 하우스로 되돌아가는 것을 본 것이 전부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콘도에 이사를 온다는 게 먼 미래의 계획의 하나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 해 동안 우리의 삶에 찾아온 물결은 그렇게 순탄치 않게 몰아쳐 왔다. 토네이도처럼 밀러온 물결은 잠을 재울 수 없이 거칠게만 우리의 하루 하루를오랜 시간 앗아갔다. 그 결과 남편은 기약 없는 세월을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채웠다.


나 역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생사를 가늠질 해야 하는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낸 후 3년 반이란 긴 세월을 재활하게 되면서 지팡이란 보조도구에 의존하고 있을 무렵 뜻밖에 남편에게 닥쳐온 시련은 감당이 힘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사를 해야만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마지막 선택으로 미루어오던 콘도라는 집단생활 고층 박스 안으로 50년이 넘게 간직해온 모든 소유물을 정리해야 할 때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때 깨달았다. 그때 나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고 최상의 방법은 하루속히 콘도에서 필요한 소유물만 챙겨야 했다. 나는 매일 남편 병원 방문에다 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공간은 콘도였고 하루에 일사천리로 수많은 콘도를 보았지만 내 마음을 붙드는 그런 곳을 만나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집을 팔고 콘도를 사야 하고 또 평생 안고 살아온 수많은 정든 물건들을 버리고 정리해야 하며 남은 것을 또 새 삶터로 옮겨와야 하는 그런 벅찬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 그 와중에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것은 남편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함께 후회 없이 보내야 하는 이 복잡한 혼동의 시간을 내 안에 온통 안고 그것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이 모두가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없는 혼동과 스트레스 속에 있는 나에게 도움의 길이 열리고 생각지도 못한 집보다 더 불편이 없는 건물 안에서 모든 활동을 하고 싶은 시간에 다 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되어있는 곳으로 이사를 올 수 있게 도와준 전문 이웃이 있었으니 .. 콘도라는 거대한 건물 속에 내 작은 박스 같은 공간을 적지 않은 목돈을 주고 내가 매일 계획하는 삶에 필수조건들은 생소한 곳에 와서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하우스에 산다면 하고 싶을 때 할 수 없는 수영, 갖은 운동을 할수있게 도와주는 기구들이 내 건강을 유지해주는데 주축이 되고, 탁구, 정구장, 야외 바비큐장, 그리고 넓은 공간에서의 적응은 그런데로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또 하나의 행복은 이 시대에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작은 공간에서 현대의 최고의 인터넷 문명을 다 공유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그저 행복의 작은 근원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처음 이사 온 우리에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대부분 노인은 잔잔한 미소로 새 식구가 된 나와 피터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곤 한다. 반면 피터가 걷는 보조도구를 갖고 엘리베이터를 타든 지팡이를 짖고 타던 그도 이 건물의 오랜 식구들의 한사람처럼 그렇게 불편 없이 편하게 한식구가 되어갔다. 35년 전에 이 건물의 공사가 끝나면서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 한식구가 되어서 이곳에 사는 모두가 친형제처럼 인사하고 이야기 하면서 삶을 같은 공간에서 나누면 살아가는 곳이 내가 찾아온 이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삶을 즐기려고 들어온 입주자들이다. 오직 화폐를 향한 욕망이 범람하는 세상에 이곳에 사는 대부분 사람은 내 공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이웃과 즐기는 사람들이다. 돈을 쉽게 벌기 위해서 공간을 사서 세를 놓아 월세를 받고 하는 건물들이 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나도 이 생활에 이제 5년이 지났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나는 아직도 초년생이다.


나는 이렇게 내 삶의 공간에서 하루를 계획하고 일주일을 설계해서 그렇게 외롭지 않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런 데로 이제 혼자 살아가는 법도 조금씩 습득해 가고 있다. 또 이콘도의 큰 장점은 토론토에서 볼 수가 없는 그런 특유한 리조트 형식의 콘도라 여름에는 바깥에서 보낼 수 있는 많은 아름다운 휴식의 장소가 있기에 언제든지 나가서 혼자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많은 매력을 느낀다. 작은 한국식 가부 자가 있어서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대화할 수 있는 그런 곳, 혼자서 명상의 산보를 한다든가, 장성한 나무 그늘 밑에서 친구를 초대해서 기타를 친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바비큐를 해서 가족이나 친구가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해주니 기대치 않았던 작은 행복을 하루하루 맛볼 수 있는 이 삶에 그런 데로 익숙해지고 있다.


또 이곳은 격월제로 음악가, 각종의 연주자를 불러서 콘도 식구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가끔 아침 커피, 베이글, 머핀으로 콘도 식구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무엇보다도 매 여름마다 콘도 식구들을 초청해서 야외 바비큐 파티, 이 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베풀어주는 년 골퍼 대회가 있다. 그때는 각종의 상품과 푸짐한 점심을 준비해놓고 골퍼를 즐기러 온 수십 명되는 콘도 식구들에게 손님처럼 대접해 준다. 이런 조건들이 또 하나의 내가 받는 기쁨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수십 년 살아온 나에게 이제 콘도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지고 건강을 증진하는 모든 시설을 즐기는 기쁨, 좁은 공간에서 부릿지 레슨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 내가 사는 장소에서 오는 많은 즐거움이 만약 내가 집에 살고 있다면 이런 모든 편리함을 어떻게 한곳에서 모두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상념에 딸의 의견에 답을 찾아 전하고픈 오늘도 깊은 상념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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