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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한인 단체에 대한 소견(所見)

전철희 2023-11-12 0

‘거울속의 나’라는 표현이 학술적 이론에 등장한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나는 이 짧은 문장을 읽고, 거울속에 비친 나의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중 어느 것이 더 현실에 가까울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토론토 한인 단체의 수가 몇 개인지 궁금해서 구글님에게 물어보니 답을 찾을 수 없다. 단체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일까? 얼마전 모 단체에서 주관한 토론토에 위치한 한인단체 networking 행사에 참여한 단체수가 30개라니 최소한 그 이상은 될 것이라고 짐작된다. 

현재 나름대로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단체들이 내걸고 있는 미션은 크게 두가지다. 한인 동포를 돕고, 한인 동포의 위상을 높이는 것. 여기에 공감한다면 서로 갈등하기 보다는 협력하자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자선을 위해 등록된 조직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단체내, 단체간 갈등에 대한 뉴스도 나오고 이런저런 소리도 들린다. 쉽게 생각하면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충돌의 원인이 이기심과 같은 부정적 요인들에 의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드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협력해서 시너지를 얻는 모습도 보이지만 아웅다웅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첫째, 자기반성이 먼저다. 

다른 조직을 탓하고, 동료를 탓하기 전에 내 조직, 나부터 반성해보자. 예를 들어 상대가 나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면 상대에게 화 내기 보다는 내가 비난 받거나 무시당할 만한 행동을 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비난 받고 무시 받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반성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내 머리속에 들면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내가 가진 문제를 먼저 찾고 직시하게 되어 해결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왜냐하면 내 문제를 내가 푸는 것은 내 결심만으로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한인 조직들간 구심점이 필요하다.

많은 단체들이 각자도생 하고 경쟁한다면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단체들을 아우르는 맏형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한인단체가 아닌 외부 기관이 그런 역할을 맡는다면, 맏형이 아니라 big brother 같은 간섭하고 조종하는 존재가 될 위험성이 있다.

이 자리에서 어느 단체가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주제는 오로지 동포 단체들간 그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합의해서 결정되어져야 할 주제다.

혹시 내가 바로 그 단체라고 생각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러한 위상에 대해 다른 단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걸맞은 능력과 품성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셋째, 한인 단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경쟁력이란 의미는 영리단체에만 해당되는 단어가 아니다. 자선단체일수록 후원금의 고귀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한점 누수 없는 효율적인 조직의 운영이 필수다.

비슷비슷한 단체가 난립되고 같은 일을 여러 조직에서 하게 되면 개별 단체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선의의 경쟁 보다는 한 개의 파이를 나눠 먹는 식의 경쟁이 되기 쉽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면 그러한 조직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경쟁력 없는 조직의 존재는 곧 동포에 대한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한인 사회의 위상이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쟁력 없는 단체나 프로그램은 도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잘할 수 있는 조직과 프로그램은 적극 육성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지역 사회에서 한인 단체의 힘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한다.

네째, 동포 사회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부 조직의 올바른 자세다.

현재 토론토 총영사관에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동포 사회 일각에서 총영사관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서 이런저런 불만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키는 정책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동포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 편향된 주관이나 개인적 이해관계와 같은, 본연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쓴소리, 단소리 가리지 말고 동포 여론에 계속 귀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어느 철학자가 하신 말씀 중, “본질만 꿰뚫어 볼 수 있으면 누구나 현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동포를 돕고 동포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그 본연의 미션에만 충실 할 수 있다면 위에서 열거한 4가지 방법은 사족이 될 것이다.

부디 한인 단체들은 각자 경쟁력을 높이면서 상생하는 방법을 찾고,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총영사관은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서 토론토 한인 사회가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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