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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도 병행해야 진전 ... 문 정부 임기중 성과내야

강찬호 2020-12-10 0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주러시아 대사는 ‘프로’ 외교관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외교부에서 36년간 북핵 등 굵직한 사안들을 다루며 정세 판단과 전략 수립 능력을 쌓은 대표적 북핵·북미통이다. 정치에 휩쓸리기 쉬운 외교 현장에서 냉정한 판단을 무기로 전략적 외교를 펼쳤다. 그가 ‘화염과 분노’급 전쟁 위기에서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오간 지난 5년간의 한반도 드라마를 조망하고 우리 외교의 개혁을 주문하는 책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사진)을 냈다.' 그를 만났다.


 -책을 쓴 동기는.

 “외교개혁과 북핵, 4강 외교는 내가 늘 생각해온 3대 주제다. 첫 화두인 외교 개혁은 우리 외교가 전략보다는 행정과 행사 위주로 흘러온 걸 바꿔보려는 생각에서 나왔다. 이 문제는 한국 외교가 처한 생태계, 즉 한국인 전체가 만들어낸 환경과 관련이 있다.”


 -생태계라면.

 “5대 수렁이다. 우선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인 관점이다. 한국인은 국제 문제를 우리 중심으로 해석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대외 문제를 지나치게 국내 정치적 관점으로 다룬다. 이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특히 정도가 심하다. 세 번째 수렁은 외교에 이념성과 당파성이 너무 강하다는 거다. 네 번째는 민주화 이후 외교가 포퓰리즘에 휩싸인 것이고, 다섯 번째는 그 연장 선상에서 외교가 아마추어리즘에 경도된 것이다. 


  외교는 전문성 없어도 정치 감각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아마추어리즘이 퍼지고 있다. 이런 5대 수렁을 안 바꾸면 올바른 외교 해법이 나올 수 없고, 논의를 할수록 꼬여 버린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 세계 10위권 국가지만 외교 수준은 월드컵 랭킹(30위권)보다 못하다. 이대로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고, 평화와 통일의 기회가 와도 잡아채기 쉽지 않다. 난 외무 관료들에게 기대를 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문성이 앞선 집단이고, 매일 세계적 수준의 라이벌과 경쟁해 판의 흐름을 안다. 이들이 외교 개혁을 위해 언론·학계와 연대할 필요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북한의 비핵화 여건은 더욱 악화했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준은 2017년이 정점이었고 그 이후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2018년에 김정은이 개시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가 유지되고 있어서다. 반면 정상외교가 개시된 것은 북핵 위기 30여년 만에 가장 의미 있는 기회였다. 정상 차원에서 북미 회담은 처음이고, 남북 및 북미가 같이 움직인 것도 의미가 크다.”


 - 그러나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결과에 집착이 강한 것 같다. 그러면 타협이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하노이식 접근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한국도 바이든이 당선된 만큼 다양한 위치를 설정해야 한다. 중국도 책임있는 강대국이니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회담을 결렬시킨 이유는 뭘까.

 “미국 내 (정치) 다이내믹스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적 악재가 쌓인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견해 쪽으로 기울면서 하노이에서 결렬이 난 듯하다. 나는 이미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그럴 가능성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과 접촉하며 내린 결론이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바텀 업’식 접근을 선호한다는데.

 “바텀 업과 톱 다운은 상보적이다. 트럼프 시절엔 바텀 업의 중요성을 얘기했지만, 바이든 시대엔 톱 다운도 중요하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에게 ‘트럼프가 잘못했다고 (북미 간) 정상외교를 무조건 좋지 않은 거로만 치부하면 바른 판단이 아니다’고 얘기하고 싶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북 제재는 어떻게 될까?

 “제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내가 주장하는 게 ‘담대한’ 접근이다. 

비핵화에 의미 있는 진전을 얻어내려면 제재 완화 같은 담대한 인센티브를 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조금 내주고 많이 받으려 하면 일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비핵화를 미루면서 조각 조각으로 거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면 협상이 무너진다. 세계 외교사에도 그런 식으로 타결된 협상은 없다.”


 -협상 무용론도 나온다.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북한이 핵 포기 대가로 요구하는 수위는 높고,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나의 목표에 고정된 나라는 없다. 모든 건 역사적으로 변한다. 북한 비핵화는 우리와 미·중이 하기에 달려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정책을 예상해본다면.

 “트럼프식 대북 정상외교나 친서 외교는 재개되기 쉽지 않을 거다. 그러나 너무 배제하지는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또 바이든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우리가 누려온 약간의 독자적인 공간이 줄어들지 몰라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 


  바이든은 북한에 트럼프보다 ‘바’(bar)를 높게 설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북한이 도발 카드를 꺼낼 소지도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유지하며 의중을 타진할 필요가 크다.”


 -바이든도 북한에 오바마식의 ‘전략적 인내’를 할까?

 “오바마 행정부 사람들은 그 말을 싫어한다. 그들이 만든 말도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사람들도 싫어한다. 사실 오바마도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 최고위 간부를 북한에 여러 번 보낼 만큼 대화에 공을 들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이 ‘페리 프로세스’ 정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는데.

 “페리 프로세스는 1990년대 말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바람에 야당인 공화당의 맹공을 받아 대북 관여 정책을 밀고 갈 수 없게 된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공화당 인사인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에게 ‘외주’를 준 결과다. 페리는 클린턴의 대북정책에 공화당적 요소를 가미해 ‘페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걸 본 공화당도 좋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페리의 공은 워싱턴 여야의 알력을 봉합해 클린턴이 대북정책을 밀고 나가게 해준 게 핵심이지 북한과의 협상 측면에서는 의미가 제한적이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촛불 민심으로 집권한 정부가 남은 1년 반 동안 평화 비핵 프로세스에서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러려면 바이든 행정부랑 (공조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또 촛불 민심은 국정 전반의 선진화라 본다. 외교 영역에서도 선진화를 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거리다. 바이든이 집권하면 한국과 일본에 서로 관계를 개선하라는 압력이 가해질 텐데 정황상 우리에게 압박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그전에 선제적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게 좋다. 그래야 바이든에게 우리의 신뢰도가 높아져 (북한 등) 다른 영역에서 유연성을 추구할 수 있다. 한·미·일 3자 안보협력 문제도 대처하기 쉬워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결국 징용 보상 문제다. 나는 ‘정부가 현인(賢人) 회의를 구성해 외주를 주라’고 제안한 바 있다. 여야에 책임을 분산시키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이(징용) 문제를 유예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은 3시 방향, 중국은 9시 방향으로 각각 우리를 잡아당기는 가운데 우리는 12시에 놓여있다고 하자. 우리는 대체로 1시나 1시 반 정도로 좌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동맹이면서도 중국과 너무 척지지는 않는 위치다. 그러면 일본은 2시, 호주는 2시 반쯤에 위치할 것이다. 대강 이런 구도임을 미국도, 중국도 다 안다. 그럼 예측이 가능한 외교를 펼 수 있다. 반면 이런 좌표를 설정해두지 않으면 미·중은 ‘한국은 우리가 잡아당기는 만큼 끌려올 것’이라 여길 테니 헤어나기 힘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연합) 참여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참여하란) 주문이 올 텐데, 도외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면적인 참여는 아니면서도 협력할 여지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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