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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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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과 구월 사이

이시랑 2024-08-30 0

간다

길가 빼꼼 고개 내민

상가의 간판숲 사이를 빠져나와

두리번 두리번 그는


간다

바람이 미리 

깨끗이 쓸어 말끔한

Y 스트릿을 

저벅저벅 걸어 그는


간다

상가 마네킹이

미리 가불해 입은

감색 가을옷 

소매 끝을 빠져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팔월과 구월 사이 계절은


불빛 하나 없는

낯선 종착역

검은 밤을 덜컹

내려놓고 


간다

슬픔도 아니고

행복도 아닌

멍멍한 푸른 멍 자국 

그래도 찬란한 삶을


누가 태양

스위치를 내리고

빛을 끄는 

순간


또 다른 시계(時計)를 여는

네 노크 소리 똑딱 똑딱


마지막 열정 다 태우며

여름 햇살 그림자 사위어


간다

오는 듯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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