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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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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주일에 눈이 너무 많이 왔습니다

김윤규 2025-02-21 0

어린 시절 함박눈이 밤새 내리면 동네 꼬마 아이들은 그 다음날 아침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배기에 모였습니다. 한 손에 비료포대 하나씩을 들고 모인 아이들은 서로 누가 더 빠른지 경쟁하며 신나게 비료포대 눈썰매를 타고 놀았습니다. 요즘이야 산 비탈에 만들어진 좋은 눈 썰매장이 있지만, 어릴 적 시골에서는 비료포대 눈썰매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겨울철 놀잇감이었습니다.


캐나다에 와서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자녀들과 함께 학교 기숙사 뒷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함께 하면서 눈썰매를 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합니다. 처마 밑에 달려 있던 고드름을 아이스크림인냥 따서 먹었던 저의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며 아이들과 함께 고드름을 따서 먹고, 고드름 칼 싸움도 하면서 즐겁게 놀았던 추억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녀들의 마음 속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면 어른들은 눈길 안전을 걱정하지만, 아이들은 Snow Day를 기다립니다. 저도 유학 시절에 겨울이 되면 가장 기대했던 날이 Snow Day였습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꼭 폭설이 예상되는 다음 날은 학생들이 학기말 페이퍼를 제출하는 날이었기에 학생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더 많은 눈을 내려 달라고 간구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일기예보가 빗나가거나, 폭설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정상적인 수업을 해서 페이퍼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지난 주간에는 광역 토론토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수요일 밤에 내린 많은 양의 눈을 모두 치우기도 전에 토요일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이 주일까지 계속되면서 주일 예배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주일 이른 아침에 창 밖을 보니 모든 길이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제설차들이 도로의 눈을 치우기 위해서 수고하고 있고, 저희가 살고 있는 타운 하우스에도 제설 작업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눈을 치우는 속도 보다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습니다.


밤 사이 앞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고 주일 설교 원고를 보고 있는데, 저희가 렌트하고 있는 메도벨(Meadowvale) 교회에서 주일 예배가 취소되었다는 이메일이 옵니다. 그래도 저희 쉴만한 물가 교회는 예배 참석이 가능한 분들은 오실 수 있도록 공지해 드리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교회 주차장은 제설 작업이 전혀 되지 않아서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다시 성도님들에게 긴급 공지를 드리고 집에 와서 예배 영상을 촬영해서 성도님들과 함께 공유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서 주일에 함께 공동체로 모이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히브리서 기자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혈로 죄 사함을 받은 우리가 지성소(the Most Holy place)에 들어갈 담대한 마음을 가졌음으로 흔들림 없는 소망의 고백을 가지고 함께 모이기에 힘쓰라고 말씀합니다(히 10:19-25). 그 이유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서 교회 공동체로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은 성도들의 올바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행 2:46).


하지만 이러하 모습이 형식화 되어서 모든 상황과 환경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고정화 되어 주일 예배의 본질을 흩어버리면 안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 지나가다가 밀의 낱알을 손으로 훑어 먹는 사건으로 인해 바리새인들과 안식일 논쟁을 할 때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에게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막 2:27; Translated by YG Kim)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이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진 안식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주일의 형식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주일의 형식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의 본질을 삼켜 버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올해에는 토론토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는데 생명을 소중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하나님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과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허락해 주신 구원의 은혜를 날마다 기억하며 삶의 예배자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막 3:4) 그리고 그(예수)가 그들에게 말했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 악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Translated by Y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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