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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글사랑 마을

해 질 녘

이시랑 2024-06-14 0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내 힘으로

두발 내딛고 걸어 나와 세수하고


식탁에 앉아 아침 먹고

80억 세상 속에 들어가

“J” 일보 활짝 펼쳐


좋은 소식 

나쁜 소식 

세상에 두 귀 꽂고


지구촌 작은 귀퉁이

햇살 한 줌 웃는

고마운 하루 시작하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나를데리고


열심히 굴러가는

지구가 

난 눈물 나게

고맙네


팔십억분의 일

이 세상 작은 점 하나 내 자리 

꼭 붙들고 앉아


하얀 스크린 열어

톡톡 쳐서 손끝 시를 쓰고

두 눈 새처럼 글자를 쪼아 먹는

내 영혼 살찌네


살아있어 아직 

숨 쉬는 축복

두 손 모아 감사드리네


지금 내가 서 있는 

내 인생 시각은

저녁 7시- 9시 사이

술시(戌時)의 해 질 녘

저기 밤이 오네


예쁜 노을빛 갑사 치마

팔랑이는 끝자락

버선코 하얗게 석양에 걸린

마지막 길


저무는 저녁 해는

무얼 생각하나


돌아올 길 생각하나


그대는 참 좋겠네

다시 돌아올 길 하나 있으니


내 인생 지금 술시(戌時)

저녁 7시- 9시 사이

해 질 녘 

어둠이 오네


갈 일만 남은 

나의 금싸라기 같은 

헐렁한 시간들


그냥

축복이고 감사하네


때가 오면

누군가 나를 고이 접어 

상자에 선물처럼 넣어 

포장지로 곱게 싸서 들고


그렇게 기쁘게 떠나고 싶네

누구의 선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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