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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를 부은 죄인 여인(눅7:36-50) - (3)그가 가진 믿음, 그가 얻은 구원

이홍우 2024-11-08 0

본문의 이야기에서 별로 주목 받지 못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믿음’과 ‘구원’입니다.  이야기의 말미에 예수님이 그 여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라고 말했습니다.  

믿음으로 구원받는 ‘이신 칭의’ 교리에 익숙한 성경의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역시 교리의 틀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설교자들도 예수님이 언급한 믿음과 구원에 대해 별로 주목하지 않고 “예수님을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큰 죄를 용서 받았는지 깨달아야 한다” 라고 결론 내리기도 합니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 사회의 상황에서, 그녀의 삶의 자리에서, 그녀의 믿음과 구원의 내용을 추적해 보는 것도 풍부한 성경읽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예수님은 본문의 이야기 속의 여인에게 무조건적인 용서를 선언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용서는 그녀가 지은 죄에 대한 용서라기보다는 그녀가 짊어진 죄책감에 대한 해방선언이었습니다.  

집 주인 바리새인 시몬이 그녀를 죄인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봐서 여전히 그녀는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용서를 베풀고 구원을 선언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녀의 생계 수단을 용서와 구원의 걸림돌로 문제삼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은 비단 그 여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준 미달로 천대 받던 이들의 사회통념상의 죄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편을 들며 사회 변방의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역이 되는 계층 역전의 하나님 나라를 선언했습니다.  

<<환대와 구원>>의 저자 조슈아 W. 지프는 예수님은 죄인들, 즉 세리, 매춘부, 장애인, 이방인, 가난한 자들을 초청해서 식탁잔치를 배설한 다음 그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며 메시아적 잔치를 시연했다고 하면서, 당시 율법이라는 종교적 경계선이 강하게 작동하는 유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인간 이하의 존재들을 오히려 지극한 사랑으로 ‘환대’하여 하나님 나라의 백성 삼아주셨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예수님이 언급한 그 여인의 믿음은 구원의 조건도 아니고, 이야기의 핵심도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중심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 주신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구원의 핵심이고 본질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인의 믿음은 어쩌면 예수님의 사랑과 환대에 대한 순수하고 적극적인 받아들임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녀가 얻은 구원은 차별과 멸시로 죽은 것과 마찬가지였던 상태에서 온전한 생명의 기운을 다시 회복한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믿음은 제자들도 제대로 이해 못했던 예수가 메시야임을 믿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훗날에 정리된 믿음으로 구원받는 이신 칭의 교리에 대한 지적인 동의와도 거리가 먼 것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하여 구원은 그 여인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고통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나라의 소망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기에, 그들이 하나님의 나라의 주역이 될 가능성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오히려 구원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경건과 정결을 빌미로 약자들에게 죄인의 낙인을 찍으며, 종교적 정결이념으로 포장된 자신들의 아성을 지킨 사람들이었습니다.  본문에서 예수님은 바리새인을 향해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라고 말씀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손길은 자신의 신앙의 우월함과 경건함을 내세우며 타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람들보다는, 그로 인해 고통가운데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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