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두부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데 무슨 두부를 사라고요?”
얼마전에 일하는 아내를 기다리면서 한국 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듣게 된 젊은 남자의 목소리입니다. 아마도 아내의 심부름으로 장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아내가 적어 준 메모에 ‘두부’라는 글자를 보고 많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통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번졌습니다. 저도 코로나(Covid-19) 기간 동안 마켓에서 혼자 장을 볼 때에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였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메모를 보면서 장을 보는데 ‘쪽파’나 ‘양파’ ‘고구마’와 같이 구분하기 쉬운 채소들은 쉽게 장 바구니에 넣을 수 있는데 한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여러 회사가 만든 가공 식품들은 장을 보기가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코로나 기간 동안 장을 혼자 보러 가면 아내에게 구체적으로 메모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전화 꼭 받으라고 신신 당부를 했었습니다.
그러면 아내는 “매번 장을 함께 보았는데 그걸 몰라요?”라고 핀잔을 줍니다. 그런데 정말 두부 코너 앞에 서면 어느 회사 제품을 사야 하는지, 부침용을 사야 하는지, 찌개용을 사야 하는지 앞이 막막했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10년을 넘게 같은 장소에서 아내와 함께 장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심부름에 소통(疏通)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저 따라다니기만 했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하원이는 엄마 아빠 앞에서 수다쟁이를 자청합니다. 하원이의 말을 빌려 보면 엄마 아빠와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를 주고 받는 모습에 친구들이 “너희 엄마 아빠는 사랑한다고 말도 해?”라고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원이가 “그럼”이라고 대답을 하면 친구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하원이를 바라본다고 합니다.
가정 안에서 부부가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향한 사랑의 모습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傾聽)하며 소통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그 이유는 서로가 경청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통하여 서로를 향한 신뢰가 쌓이고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말에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의미로 ‘눈 빛만 봐도 알아요!’라는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의미를 영어 표현으로 생각해 보면 “I see eye to eye with you”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의미는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관용적인 의미로 사용되어집니다.
믿음의 가정 안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올바르게 소통하는 모습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확신 가운데에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걸어가는 순례자의 삶 속에서 우리들에게 허락해 주신 믿음의 가정이 서로를 향한 사랑 가운데에서 믿음의 소통이 이루어질 때에 부모와 자녀들은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약속하심 가운데에서 주어진 하나님의 공급하심과 보호하심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소통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엡 6:4)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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