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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종교 칼럼

가족 사진

김윤규 2025-06-20 0

여름 방학, 하원이는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대학교 연구실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맡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하원이가 두 주 연속 주말마다 집을 찾아옵니다. 한주는 바쁘게 살아가다 문득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또 다른 한 주는 Father’s day를 기억하고 아빠를 위해서 집에 옵니다.


하원이가 집에 와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만남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소소한 일상조차 귀하게 사용하셔서 서로의 마음을 이어 주십니다. 집에 온 하원이는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일상에서 경험한 사사로운 이야기들도 중요한 이야기처럼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이야기 합니다. 연구실에서의 소소한 일상들,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인 감정까지 함께 이야기하면서 공감하고 웃어 주는 우리 가족은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일상의 삶을 통하여 마음을 나누고 기쁨을 얻습니다.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하원이는 아빠와 함께 자동차 드라이브 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함께 차에 타면 음악 이야기, 성경 이야기, 그리고 미래에 관한 꿈의 이야기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하원이가 Father’s day 기념으로 아빠가 갖고 싶은 선물이 있는지 질문해 옵니다. 하원이의 질문에 정작 제가 가지고 싶은 선물의 목록을 리스트로 읊조리면 하원이가 ‘아빠, 그건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돼요!’라고 말할 것이 뻔하기에 아침에 맛있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선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 사진!”이라고 하원이에게 말해 버렸습니다. 아빠가 이렇게 쉬운 선물을 요구하신다는 표정으로 하원이가 “그래요?”라고 말을 하면서 하원이도 좋아합니다.


올해 Father’s day 선물은 가족 사진으로 정하고 주일 오후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온 우리는 가족 사진을 촬영하러 가기 위해서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자동차 트렁크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넣으면서 순식간에 열려 있는 트렁크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혀 피가 납니다. 이 모습을 바라본 아내와 하원이가 깜짝 놀라 아빠의 이마를 치료를 해 줍니다. 하원이가 소독약으로 이마의 상처 부위를 치료하면서 “아빠 조심 좀 하시지요!”라고 걱정 섞인 목소리로 나무라듯 말합니다. 마치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울고 있는 하원이에게 “하원아 조심 해야지! 안 그러면 이렇게 다쳐서 피나는 거야!”라고 말해 주었던 아빠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내가 올해 Father’s day 선물은 오래 기억되겠다고 하면서 상처 부위에 밴드를 붙여줍니다. 그렇게 이마에 밴드를 붙이고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장소인 캐나다에 처음 와서 정착한 토론토 대학교 미시사가 캠퍼스 학교 기숙사 뒤편 공원으로 가서 가족 사진을 한 컷 촬영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저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족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해도 시골에서 가족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읍내에 ‘인물 사진관’이라고 하는 유일한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을 다시 보니 시간 속에 멈추어 버린 듯 당시 우리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버지께서는 검정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셨고, 어머님께서는 갈색 재킷에 붉은색 스웨터를 입고 계십니다. 큰 누님은 검정색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고, 작은 누님은 빨간색 재킷과 스웨터를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체크 문양의 재킷과 스웨터를 입고 있고 아직 스포츠로 불리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단지 그 시절 가족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나눈 기쁨, 눈물, 슬픔, 사랑과 행복,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제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태어난 지 오래지 않아 부모의 품을 떠나 하늘 나라로 다시 돌아가 버린 자식을 마음속 깊이 품고 평생을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유학의 시절에 하나님의 품에 안기신 어머님을 생각할 때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말없이 마음 속에 품고 사셨던 어머님의 마음과 그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위로하심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시 34:18)라는 말씀처럼 그 깊은 아픔도 하나님께서 어루만져 주셨을 것입니다.


올해 Father’s day 선물로 받은 가족 사진은 아빠의 이마에 밴드를 붙인 모습으로 남겨졌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단지 얼굴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하심 가운데에서 살아온 우리 가족의 사랑과 세대를 잇는 믿음의 유산이 담겨 있습니다.


(신 6:6)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7)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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