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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팀 켈러에게 배우는 용서의 힘

박웅희 2026-01-23 0

2018년 5월에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저의 큰 아들이 목회학 석사 (M.DIv) 졸업하던 날이었습니다. 졸업식이 있기 전 식전 행사로 미국의 유명한 신학자이며 교수들인 싱클레어 퍼거슨(Sinclair B. Ferguson)과 팀 켈러(Timothy Keller), 그 외 많은 목회자들, 신학생들과 포럼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 팀 켈러는 한국 교회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시 부흥하기를 시작하였다고 하며 오늘날의 지상 교회가 성경적이며 교리적이며 복음적인 목회를 감당해야 할 것에 대하여 많은 도전을 주었으며 차분하고 겸손한 태도로 대화를 나누시던 그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팀 켈러 목사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리디머 장로교회를 개척하며, 세속화와 다원주의가 가장 치열한 뉴욕의 도시 한복판에서 다 민족에게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인생의 죄와 많은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복음을 설득력있게 전하여야 할 것인가를 보여 준 목회자입니다.

팀 켈러는 또한 베스트셀러의 작가로서 현재까지도 그의 책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그중 “용서”(forgive 왜 내가 용서해야 하고,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는 영어 원서와 한국어 번역본을 포함해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이 책이 널리 읽힌 이유는, 용서라는 주제가 단지 신앙인의 덕목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용서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상처를 준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분노가 올라오고, “왜 내가 먼저 용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용서를 미덕이나 인격 수양의 차원으로만 이해합니다.

그러나 용서는 상처를 부정하거나, 가해자의 잘못을 가볍게 덮어주는 감정적 관용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적 용서는 죄의 실체를 정직하게 직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잘못은 실제로 잘못이며, 상처는 실제로 아픕니다.

우리는 흔히 용서를 ‘상처를 없애는 행위’로 오해합니다. 그러나 성경적 용서는 상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 위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용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입니다. 내가 받은 은혜의 크기를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향해 은혜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팀 켈러는 용서를 “상대가 져야 할 빚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그 비용을 스스로 떠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용서는 언제나 고통을 동반합니다. 보복의 권리와 정당해 보이는 분노를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방식 역시 그러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죄를 무시하신 결과가 아니라, 죄의 값을 하나님께서 친히 치르신 은혜의 사건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분노와 정죄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관계는 쉽게 끊어지고, 상처는 곧바로 낙인이 됩니다. 그러나 용서 없는 정의는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입니다. 팀 켈러는 용서가 악을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악이 우리의 영혼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복음의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하면 깊은 치유가 일어나며 치유의 근거는 우리를 용서하려고 값비싼 희생을 치르신 예수님을 믿고 바라보는데 있습니다. 이 믿음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우리도 자비를 필요로 한 죄인임을 일깨워 주면서 또한 우리의 마음의 잔을 그 분의 사랑으로 넘치게 합니다.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때도 용서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용서 없이는 사랑할 수 없듯이 용서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결국 용서는 상대를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묶고 있던 사슬을 끊는 은혜의 사건입니다.

상처가 일상이 된 이 시대에, 예수님을 믿는 신자로서 순종해야 할 용서는 약함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흘러나오는 가장 강한 능력이며, 개인과 공동체를 살리는 복음의 길입니다. 십자가에서 흘러나온 하나님의 용서가 오늘 우리의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 속에서 다시 흘러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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