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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테드진의 머니 클리닉 다운사이징 원정기 (9)
테드진의 머니 클리닉

다운사이징 원정기 (9)

테드진 2026-01-23 0

10여 년 전만 해도20~30% 정도 다운페이를 하고 나머지는 모기지로 충당할 경우, 들어오는 월세 수입만으로도 모기지와 재산세, 관리비 등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충분히 커버될 만큼 토론토 콘도 가격은 저렴했었습니다. 


향후 가격 상승기를 잘 타면 노후를 위한 자산 증식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 조금 무리를 해서 여러 채의 콘도 투자를 실행했었고, 그 당시 리스크에 대한 마인드는 “나중에 여차하면 집 팔고 콘도로 무브인 하면 되지.”도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시대는 바뀌었고, 캐나다 경제는 굴곡의 역사 속으로 접어들며 정말 ‘여차한’ 상황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참에 다운사이징 계획을 앞당기기로 결정하고 살던 큰 집을 팔아 콘도로 이사를 들어왔는데, 거실에 둘 소파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가구를 모두 처분하고 왔음에도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짐을 줄인다고 최대한 줄이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작았던 방 두개 욕실 두개 짜리

콘도 유닛 안은 순식간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이삿짐 상자들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짐을 둘 공간이 부족해 화장실 욕조 안까지 쌓아두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 설레지 않으면 버리기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 할 그 많은 물건들을 우리는 왜 그토록 끌어 모으며 살았을까요.

이제는 열 권 넘게 늘어난 무겁디무거운 사진첩들, 수년간 입지 않은 옷들,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들,

먼지 쌓인 오래된 전자기기들, 쓸 일 없을 것만 같은 각종 케이블과 선들, 사용하지 않는 주방기기와 오래된 그릇들, 신으면 발이 아파 잘 안 신는 신발들, 낡은 수건과 오래된 침구류까지.

‘설레지 않으면 버린다’는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는 것들은 기부하고 버려야 할 것들은 과감히 버리며

본격적으로 짐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 버리고 나니, 기억도 나지 않는 물건들

오래된 사진첩들은 사진만 따로 정리하고 두꺼운 앨범들은 버리기로 했습니다.

중복된 사진들, 내가 봐도 별로인 내 사진들 아내가 봐도 별로인 아내 사진들을 하나씩 골라내며 괜찮은 사진들만 작은 상자들에 나눠 담았습니다.

부모가 떠난 뒤 자식들이 장례식에나 쓸까 말까 한 잘나 온 사진들 위주로 남겨 놓고, 무거운 중량의 사진첩들을 대폭 줄이니 오래된 숙제를 끝낸 듯한 묘한 희열마저 느껴지더군요.

그 많은 쓸 데 없는 물건들을 며칠 밤을 새다시피 해가며 정리하고 버리고 나니, 나중에는 무엇을 버렸는지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모 떠난 뒤 자식들이 남은 짐을 정리하며 헛된 고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은 나이 들면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삶을 살아야 함은 참으로 이치에 맞는 순리인 것 같습니다.


▣ 그래도 넘쳐나는 짐들에 대한 묘책

몇 날 몇 일을 남 주고, 버리고, 기부하며 짐을 줄였음에도 여전히 남은 짐은 많았고,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큰 유닛을 샀어야 했나…’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에 조회가 깊은 평소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형수님에게 SOS를 치고 자문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공간은 둘이 살기에 좁은 게 아니라 충분하구만, 뭘 그래.” 라시며 제시해 주신 그 형수님의 아이디어는 우리 부부에게 마치 터널 끝의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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