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토론토 지역에 살다 보면, 겨울철 한 두 차례 폭설을 경험하곤 합니다. 1월 중순에 이미 한 차례 폭설이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에서 시작된 거대한 구름이 미국 대륙을 통과해서 캐나다 동부 지역에 폭설을 내리고 노바 스코샤(Nova Scotia) 지역으로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리는지 캐나다 기상청의 3색 날씨 경고 시스템에서 2 단계인 Orange Warning – Winter Storm 경고가 내려졌습니다.
토요일에 주일을 준비하면서 예배를 어떻게 인도해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주일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시간당 2cm 정도의 눈이 내려서 예상 강설량이 25cm라고 합니다. 예배 후 성도님들이 집으로 귀가하실 때 어려움을 경험하실 것 같아서 연세가 드신 성도님들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권사님, 내일 눈이 많이 온다고 하네요. 이번 주일에 교회 오지 마세요! 집으로 돌아가실 때 어려움을 겪으실 것 같아서요.”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목사가 성도님에게 교회에 오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 권사님께서 대답을 하십니다.
“목사님, 이렇게 배려해 주시니 감사 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다는 눈은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많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렌트해서 사용하는 Meadowvale 교회에서는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린다는 이메일이 왔는데, 잠시 후 주일 예배가 취소 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쉴만한 물가 교회도 갑자기 내리는 많은 눈으로 인하여 성도님들의 안전을 위해서 예배 영상을 인터넷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성도님들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했던 적설량보다 많은 눈과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교회에서 모여 예배 드리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배 드리기로 결정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선택을 하면서 저는 다시 한번 예배의 본질에 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가복음 3:1-6절의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한쪽 손이 오그라진 사람을 고쳐 주시는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들은 안식일 규례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하나님께 드리는 올바른 예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므로 바리새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의 위협이 없는 상황 가운데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한쪽 손이 오그라진 사람을 고쳐 주시는 행위는 명백히 율법을 어기는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의 의도를 개의치 않으시고, 오그라진 한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회당의 중앙에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안식일을 지키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하십니다.
(막 3:4)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 악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회당 안에 있는 사람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만일 그들이 안식일에 선이 아니라 악을 선택하고,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을 선택하면, 그들은 안식일의 형식에 매여 안식일의 본질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폭설이 내리는 주일 아침, 저에게도 동일하게 던져졌습니다.
“폭설이 내리는 주일에 성도들이 교회에 모이는 것과 성도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 이 둘 중 어느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인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제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과 하나님이 누구이신지 아는 것을 원하신다는 의미입니다(호 6:6). 따라서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오그라진 한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고쳐 주시는 사건은 안식일 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아니라,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선을 행하고 생명을 구함으로 사랑을 베푸시는 행동입니다.
마찬가지로, 폭설 속에서 연로하신 성도님들이 미끄러운 길을 운전해서 교회에 오시다가 어려움을 당하신다면, 혹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막 2:2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어진 사람이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진 안식일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참된 예배의 본질은 우리가 드리는 예배 장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진실된 마음을 드리는 것입니다.
(요 4:24)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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