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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글사랑 마을

폭설

이시랑 2026-01-30 0

올해는

하느님이 단단히 벼르시고

작정하셨나 보다


폭설이

푹푹 쏟아진다


세상 모든 허물을

말끔히 벗기시고


하얗게 새 옷

입혀 주신다


폭설로 길을 덮고

폭설에 집을 묻고

폭설 속에 사람을 가두고

지상의 지도는 사라졌다


 그리고

신년 메시지를

보내 신다


도시에

마을에

들녘에


건물 지붕 위에

거리의 골목 끝에


하늘의 글자들이 가득

지상에 전송되었다


그러나 어찌 알 수 있으려나

저 많은 하늘의 언어를

누가 해독할 수 있나


AI 자동 번역기가 

셀 수 없이 많다는데

그중 가장 영리한 AI가

 해석한다면


아마

어쩌면 이쯤으로

해석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희를 

용서하노라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조용히 착하게 살아라


그것만이 사는 길이다


밤새 야근하던 폭설은 

하늘에 돌아가고

아침은 고요하다


지구는 여전히 말없이

세상을 껴안고

힘들게 굴러가고


나는 그 안에서 

다시 죄짓는 꿈을 꾸고


폭설은 

또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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