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구가 없는 집은 무엇이 되었던 간에 소진이 원활히 되어지지 않는다. 쓸데없이 손이 큰 탓에 배추 한 박스씩 하던 김장을 서울로 왔다갔다 한다고 반 박스로 줄였더랬다. 그 반 박스 김장을 다 먹지도 못하고 여름이 들어설 무렵애 또 김치를 했더랬다.. 많이 시어버린 김치들 사이에서 한 포기를 꺼내 들고 찬 물에 여러 번을 흔들어 헹구었다. 무 채 양념과 고추가루들이 얼추 씻겨져 나갔을 때 배추 잎을 뜯어 쭉쭉 찢었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소중한(?) 국산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물을 부었다. 부르르 끓어오르고 나서는 배추 잎이 누를까 싶어 뒤적 쥐적 20여분을 지켜 서서 뒤적였다.
맛있게 색이 바래지는 배추 잎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쓸데없이 고뇌로 가득한 내가 캐나다서 사는 십여 년간 요리를 하며 행복햬구나.. 할 일이 없어 요리를 팠다고 말했지만 요리가 없었다면 아이들 뒷바라지로 나를 멈추어 놓은 그 긴 세월이 많이 힘들었겠구나.. 모르는 새에 그저 견디어만 왔다고 생각한 세월 속에도 즐거움이 있었음을 이제사 깨달았다. 자꾸 미래만 갈망하며 나이를 먹어 버렸다. 단풍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빨간 잎 위로 소복히 쌓인 희디 흰 첫눈도 눈 때문에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버린 바스락 낙엽도 탁하게 누런 묵은지 지짐도 적당히 자신의 빛을 발하며 어름답다. 뜬금없이 참하게 잘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픽 웃었다. 딴 생각을 하는 어느새 묵은지 지짐이 아주 맛있게 되어 있었다.
재료
배추 한 포기, 중 멸치 한줌, 들기름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물 2컵, 된장 1큰술
더 맛있는 제안!!
군내가 많이 나는 묵은지는 하루 밤 정도 담가 꿉내를 빼요.
멸치는 굵은 다시 멸치를 사용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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