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민 와 25년을 살면서, 욕심 없이 자기 분수에 맞게 살며 현재에 만족하는 캐나다인들의 생활 태도가 부럽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불의나 위법 행위라 할지라도 타인과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일에 대해서는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는 시민들의 높은 사회윤리의식이었습니다.
오래전 컨비니언스 스토어를 운영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세븐 투 일레븐의 가게를 운영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새벽 두 시에 문을 여는 토론토 다운타운의 파머스 마켓에 꽃을 사러 다니곤 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 네 시쯤, 꽃을 사고 귀가 길의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집사람과 교대하며 하루 가게 일을 마치고 밤을 새워 하는 운전이라 잠시 졸음운전을 했던 모양입니다.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뒤에서 강한 서치라이트가 비춰지며 경찰이 권총을 겨눈 채 움직이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위험하게 운전하는 차량이 있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차 세 대가 제 차를 따라온 것이었습니다.
음주나 마약복용 또는 범죄자로 의심했던 것 같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상황은 무사히 정리되었지만, 그 심야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일을 어떤 시민이 끝까지 책임지고 신고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한 번은 이민 초기, 토론토 전역이 대 정전으로 교통이 마비된 적이 있었습니다. 신호등이 모두 꺼진 사거리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큰 혼란은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질서와 준법을 중시하는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졌고, 우리 대한민국도 언젠가는 이런 모습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아니더라도, 사회질서를 해치는 일에 대해서는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조차 외면하지 않는 태도,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아무런 특권의식이 없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질서 의식, 공무 수행차 민간 업소를 방문한 공무원이 커피 한 잔의 대접조차 정중히 사양하는 청렴함, 이러한 시민의식들이 이 캐나다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로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민의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캐나다처럼 아주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강조되고 교육되어야 할 가치일 것입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회윤리의식이 자리 잡을 때,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불합리와 부정부패 또한 서서히 개선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주제넘은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질서와 준법을 중시하는 시민의식의 성장이 무엇보다 절실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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