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아내와 함께 알곤퀸 주립 공원(Algonquin Provincial Park)에 단풍 구경을 다녀왔습니다. 토론토에서 가을을 보낸 지 벌써 십 오년이 지났는데 무엇이 그렇게 바쁘고 삶의 여유가 없는지, 멀리 떠나는 단풍 구경은 처음이었습니다. 차로 북쪽으로 3시간 떨어진 단풍의 도시 무스코카(Muskoka) 지역과 헌츠빌(Huntsville), 그리고 알곤퀸 주립 공원에 위치한 돌셋 전망대(Dorset Scenic Lookout Tower)에서 바라본 단풍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단풍의 나라답게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 양옆으로 메이플 나무들이 주황과 빨강으로 불타오르고, 참나무들은 황금빛 옷을 입고 서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언덕들도 마치 거대한 팔레트에 물감을 쏟아놓은 것처럼 여러가지 단풍잎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사진 속에 담아 간직하고 있었는데, 올해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은 겨울에 알곤퀸 주립 공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마음을 따라 알곤퀸 주립 공원에서 제공해 주는 Tower Live Cam을 통해 돌셋 전망대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가을 화려했던 단풍은 온데간데없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서 있었습니다. 하트 모양의 호수도 꽁꽁 얼어붙었고, 눈으로 뒤덮여 하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온갖 화려했던 가을 단풍은 사라지고, 숲은 마치 먹의 농도에 따라서 진함과 옅음을 표현하듯이 한 편의 수묵화 같았습니다. 그 풍경 위의 하얀 눈은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길인지를 구분해 주고 있었습니다.
가을과 겨울, 단 몇 달의 사이에 알곤퀸 주립 공원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던 것은 오직 길뿐이었습니다. 그 길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믿음의 길 위에서 우리 주변의 환경은 시시때때로 변화합니다. 그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때로는 화려한 가을과 같은 풍성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혹독한 겨울과 같이 눈보라(Snow squall)가 몰아치는 시간을 지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눈보라로 시야가 가려진다고 할지라도 길은 잠시 눈에 덮여 있을 뿐,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 길을 다시 찾고 올바르게 걸어가면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의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삶 속에서 가을처럼 모든 것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시간에는 하나님께 기도하면 응답을 받고, 성경 말씀이 스스로 깨달아지고, 예배가 은혜롭고, 삶이 풍성해 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겨울과 같은 혹독한 시간에는 시련과 시험이 겹쳐서 은혜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께서는 응답하지 않으신다고 생각되고, 성경은 믿어지지 않고, 반복되는 예배가 공허하게 느껴지며 믿음에 관한 회의(懷疑)가 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믿음의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우리가 영적으로 겨울이라고 하는 어려운 시간을 경험할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시고,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로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십니다.
믿음의 길 위에서 겨울에는 봄의 싱그러움과, 여름의 푸르름, 그리고 가을의 화려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눈 덮인 풍경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길입니다. 그 길은 우리에게 믿음의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하나님과 피조물인 인간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hodos: way)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에서 이 땅에 오셔서(incarnation)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고, 하늘로 다시 돌아가신(Ascension) 보이지 않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되셨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 그리고 승천의 사건을 믿지 않고는 그 누구도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순례자의 길 위에서 혹독한 겨울이 다가와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믿음의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견디기 힘든 믿음의 환경 속에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분명한 길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믿음의 환경이나 조건과 관계없이 영원토록 동일하신 우리의 길이십니다.
(행 2:28)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셨으니 주 앞에서 내게 기쁨이 충만하게 하시리로다 하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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