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가 남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형제, 부부의 관계 안에는 사랑만큼이나 기대가 크고, 그 기대가 어긋날 때 생긴 상처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특히 부모의 죽음으로 인하여 형제 간의 단절, 부부 사이의 깊은 갈등과 같은 사건은 마음에 큰 충격으로 남아 오랜 시간 삶을 흔들곤 합니다. 많은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말하지만, 상처와 아픔은 죽을 때 까지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학과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상처는 정신적 충격과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해 왔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분노와 슬픔은 불안과 우울, 수면 장애, 만성 피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회복력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가족 관계의 붕괴나 깊은 상실 이후 심각한 암이나 다른 질병을 겪는 사례들이 임상 현장에서 보고됩니다. 용서하지 못한 감정은 상대를 향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장 깊이 상처 입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잊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심리적인 병과 몸의 질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경의 요셉 이야기는 가족 상처를 바라보는 중요한 시선을 제공합니다. 그의 고난은 가족 관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요셉에 대한 아버지 야곱의 편애와 그가 꾼 꿈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요셉은 형들의 시기와 미움으로 인해 구덩이에 빠지게 되고 노예로 팔렸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까지 갇혔습니다. 그의 삶은 상처와 배신으로 점철된 인생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요셉은 평생 분노하며 살아도 충분한 이유를 가진 사람입니다. 만일 그가 상처를 붙들고 살았다면, 그의 인생은 애굽의 총리가 되었어도 결코 자유롭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과거의 상처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주신 꿈이 이루어 질 줄 믿고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믿으며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 냈습니다. 그는 22년 만에 만난 형들 앞에서 “하나님이 큰 구원으로 당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후손을 세상에 남기시려고 나를 당신들 앞서 보내셨나니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창 45:7–8)고 하였습니다. 또한 아버지 야곱이 죽은 후에 보복을 두려워 하는 형들에게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다”고 하며, 형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형들의 자녀들까지 책임지겠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요셉의 용서는 잘못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았으며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선하신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믿는 믿음의 결과였습니다. 요셉은 피해자의 자리에 머물지 않았고, 오히려 한 가족과 공동체를 살리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상처는 인생의 결론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가족을 향한 용서받고 용서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 형제간의 시기와 경쟁과 경제적 문제 등, 그리고 부부 사이에 쌓인 말하지 못한 상처는 인간의 의지나 도덕적 결단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부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드로전서 3장 7절은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관계가 막히면 기도 또한 막힌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사람과의 관계와 분리되지 않습니다. 배우자와의 상처를 외면한 채 드리는 기도는 하나님과 막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풀리지 않는 가족의 상처를 “관계를 끊고 안보면 되지”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쓴 뿌리가 되어 평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상처로 막힌 관계와 마음의 길을 다시 여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 줍니다. 십자가 복음을 통한 치유는 기억을 지우는 것만이 아니라 그 기억이 더 이상 우리 삶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하나님의 은혜의 과정입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용서하지 못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여전히 말합니다. 용서는 약함이 아니라 은혜이며, 패배가 아니라 승리라고 말입니다. 우리 힘과 능력으로 할 수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의 은혜 안에서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가능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본을 보여 주신 용서의 길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그 길에서 상처는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하심을 믿으며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의 은혜와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현실과 미래의 삶을 치유와 회복의 삶으로 이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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