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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프다

박용덕 2026-02-12 0

벌써 몇 개월 전부터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 시작은 그저 남들 다 겪는 갱년기 증상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덧 이 문제가 갑상선 쪽으로 번졌고 그러다가 지금은 심각한 불면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증상들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안 설거지며 여러 잡다한 일들을 제가 도맡아서 해야만 했고 아이들 도시락 싸는 것도 이제는 능숙하게 되었습니다. 50대 중반을 살다 보니 이런 저런 새로운 경험(?)도 다 하게 됩니다. 

사실 목사의 아내, 소위 사모의 삶은 언제나 교회에서 알아도 모르는 척, 마음이 속상해도 어디서도 그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부족한 남편 목사 따라와서 지난 3년간 온갖 폭풍과 수 많은 난관을 지켜온 터라 그렇지 않아도 여리디 여린 아내의 멘탈이 결국 고장나 버린 것입니다. 

물론 그 때마다 힘 내라고, 그래도 사모이니 믿음으로 견뎌내라고 이야기는 해 왔지만 그런 말과 기도조차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의 몸과 영혼은 지금 저 태평양 바다 밑바닥보다 낮아져서 마치 거친 흙 바닥을 흝고 겨우 겨우 버텨가는 연체 동물처럼 힘 없이 축 늘어진 모습입니다. 과연 언제 이 바닥을 치고 다시 따스한 햇살의 수면 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 아직 모릅니다. 그저 매일 매일의 시간들이 토론토의 기나긴 겨울마냥 그저 춥고 또 우울한 무채색의 연속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루 하루가 분명히 고통스러움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속에서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우리에게 말씀하여 주시고 또한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고 계십니다. 사실 그런 만나와 같은 은혜가 없었다면 이미 진작에 저나 아내는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나 버렸을 겁니다. 

그러면 과연 이 매서운 겨울 추위 같은 고통 중에도 우리는 무엇으로 하루를 버텨가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저는 이런 고난의 시간을 지나면서 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목사이고 남편인지 새삼 더 깨닫게 됩니다. 강단 앞에서는 마치 사자처럼 부르짖으며 선포를 해도 아내 곁에서는 가냘픈 새끼 고양이만도 못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나의 기도는 왜 이리 연약한지!??? 여전히 갈 길이 멀고도 멀다는 것을 날마다 체험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약함보다 더 큰 은혜는 이처럼 병고와 아픔을 지나가는 성도들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가를 살이 애도록 깨닫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말로는, 이론으로는, 책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배울 삶의 진고를 그저 이제는 매일 매일 책장을 넘기듯 배워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과연 댓가 없는 배움이 있겠습니까?

또한 고통의 당사자인 아내는 날마다 밤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글자 하나 하나를 붙들고 매어 달리며 웁니다. 그냥 우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처절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곁에서 그 모습을 보면 그것은 단지 고통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 누구보다 더 애절하기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살아계심을 애타게 간구하는 영이 깨어나는 시간임을 보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큰 은혜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걸 강제로 우리에게 시킨다면 결코 해낼 수 없겠지만 우리 삶에 불쑥 찾아온 이 변장한 손님(?) 때문에 부족한 목사는 조금 더 한 걸음 삶을 배워가고 아내 역시 날마다 주님께 더 나아가는 줄 믿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언젠가 우리 인생의 책장이 한참 뒤로 지나가 이 시간들을 되돌아볼 때 이 모든 고통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아니 이 고난의 시간을 통해 조금 더 우리가 주님 앞에 감사와 영광을 돌릴 수 있기를...

참으로 추운 겨울에 나무는 가지가 아니라 뿌리가 자란다는 말처럼 그렇게 우리의 근본이 든든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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