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락방 불청객과의 안녕
주택에 살던 시절, 집이 지어진 지 20년이 넘어가던 무렵부터 다락방에 네 발 달린 불청객들이 가끔씩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었으니 ‘다락’이라 부르기보다는 그저 ‘지붕 밑 공간(Attic)’이라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한밤중이 되면, 천장 위에서 무언가 덜그럭거리거나 긁어대는 듯한 소음이 간혹 들려오곤 했습니다. 월세 한 푼 안 내고 무임승차한 그 녀석들은 아마 다람쥐나 너구리, 아니면 쥐들이었겠지요. 소음이 없는 날이 더 많았고, 덩치 큰 침입자도 아니었던 듯해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이 긴 세월 ‘불편한 동거’를 이어왔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은 남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잊을만하면 한번씩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개미떼나 곤충들이 집 안에서 행렬을 이루거나 배회하는 모습을 드러내, 퇴거 시키느라 꽤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운사이징 후 콘도로 이사 온 지금, 그런 염려들과는 사실상 작별을 고했습니다.
은근히, 아니 꽤 속이 시원합니다.
▣ 채워왔던 삶에서, 비워가는 삶으로
요즘은 간혹 평 수가 넓은 집에 사는 지인에게 저녁 초대를 받아 가면, “부럽다” 는 마음 보다는 “와.. 청소하고, 눈 치우기 힘들겠다...”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듭니다.
다운사이징 후 거주 공간이 줄어드니 관리의 수고도 몰라보게 수월해 졌습니다. 노후에 부부 둘이 큰 집을 지키고 앉아 있는 삶이 얼마나 비효율 적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집 안 청소는 청소기로 ‘쉬익’하고 5~10분 정도 돌리면 그걸로 끝이고, 빌딩 외부와 공용 공간들은 전문 관리가 이루어 지니 신경쓸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생활공간의 축소는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무소유’를 실현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주택에 살 때는 여기저기 물건을 쑤셔 넣고 숨길 곳이 많아 옷이며 신발이며 각종 물건들을 충동적으로 사 모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 놓고도 거의 입지 않은 옷들, ‘내가 이런 것도 샀었나..?’ 싶을 만큼 기억에서 사라졌던 물건들이 구석구석 발견되곤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둘 공간이 뻔하니 자연스레 소비도 줄어들었고, 충동구매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단골 스포츠 의류나 용품 매장들에서 아무리 큰 파격 세일 문자가 와도 이제는 그저 소 닭 보듯 무심히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채워온’ 삶에서 이제는 ‘비워가는’ 삶으로 방향을 틀고 나니 단순해진 일상 속에 마음의 여유와 평온도 찾아왔습니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 지니, 앞으로는 진짜 중요한 것들로 인생을 채워갈 준비가 된 느낌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깨달음은 이번 다운사이징 여정에서 얻은 가장 값진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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