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엔 꿈도 못 꾼 호사(豪奢)를 누리다
주택에 살던 시절,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 전반을 도맡아 온 ‘내무부 장관(아내)’의 엄명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오르는 공과금을 보며 가계부를 정리하던 아내의 결론은 단호했지요.
“겨울에 보일러를 세게 틀지 말 것. 물세 아끼게 반신욕도 금지.” 그 덕분에 우리집 식구들은 겨울 내내 집 안에서도 두툼한 긴 팔 옷을 챙겨 입고 지냈으며, 반신욕은 여행지 호텔에서나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호사’였지요.
그런데 콘도로 다운사이징한 후, 우리집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모든 콘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거주하는 콘도는 난방비와 수도세가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은 아내가 그 금지령을 해제한 것입니다.
이제는 혹한의 한겨울에도 따뜻한 콘도유닛 안에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반신욕도 실컷 할 수 있게 되었음도 물론이고요.
그리고, 주택에 살 던 시절 아내는 “7시 이후 전기요금이 싸다”며 세탁기와 청소기를 밤에 돌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콘도로 이사한 뒤에는 밤이든 낮이든 전기료 체계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저 편한 시간에 세탁하고 청소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따로 관리비를 내지는 않았지만 주택에 거주할 때 우리가 직접 감당해야 했던 유지비가 결코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콘도에 살면 관리비가 따로 들지 않느냐..’ 라며 주택에 사는 것을 고집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생각도 어쩌면 하나의 고정관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난방비와 물세 걱정이 없게 되었다’는 대목에서 혹자는, “그럼 그렇게 에너지를 풍족하게 쓰면
지구 온난화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 시대에 환경에는 안 좋은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주택이라는 거주형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콘도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콘도(공동주택)라는 주거형태는 밀집된 구조 덕분에 난방 및 에너지 효율이 높아 주택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것입니다.
인구의 도시 집중현상이 시골지역 공동화라는 사회문제를 낳는다는 우려 또한 있지만, 지구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간들은 대도시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대자연은 될수록 그대로 있도록 놔두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콘도라는 다가구가 모여 사는 빌딩들은 주로 도시 안에서도 주요 교통 인프라와 생활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에 자리합니다.
그렇다 보니, 콘도로 다운사이징 후 느끼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도 바로 ‘가까움’입니다.
대형 한인 마트와 한국식당들이 훨씬 더 가까워 졌고, 겨울철 즐겨 찾는 스크린 골프장들도 가기가 너무 수월해졌습니다.
주요 고속도로 진입은 물론 대중교통과 우버 이용도 한결 편해졌지요.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 많은 곳,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에 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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