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토론토 Yonge & Finch 지하철역에서 전도하던 중 한 권사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역에서 전도하는 이들을 만나 “베리칩을 받으면 666의 표를 받는 것이기에 지옥에 간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에 설득된 권사님은 토론토로 돌아와 자신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거리로 나섰다가 저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그것은 요한계시록을 단편적으로 해석한 결과임을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구원의 중심은 어떤 표나 기술이나 인간의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주와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믿음에 있음을 전했습니다. 권사님은 십자가 복음을 새롭게 받아들이며 구원의 확신을 얻었고, 한동안 교회에 출석하다가 이후 타주로 이주하셨습니다. 그 만남은 제게 계시록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성도와 목회자들이 계시록을 다루기 어려운 책으로 여깁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자극적인 해석과 잘못된 종말론이 더 큰 목소리를 얻게 됩니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 666, 144,000, 곡과 마곡, 아마겟돈 전쟁, 7년 대 환난과 같은 주제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성경 전체의 흐름과 역사적 배경을 무시한 채, 상징 하나 하나를 문자적으로 고정시키는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세의 징조를 말씀하시며 가장 먼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선지자가 나타나 표적과 기사를 보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마 24:4, 24). 계시록을 읽을 때 더욱 필요한 태도는 호기심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을 근거로 한 배경에 대한 바른 해석입니다.
계시록은 두려움을 조성하기 위해 기록된 책이 아닙니다. 로마의 압제 아래에서 고난과 핍박을 받던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주어진 위로의 메시지였습니다. 인 재앙, 나팔 재앙, 대접 재앙은 점점 강도가 세지는 공포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악이 아무리 강해 보여도 결국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그림입니다.
계시록은 성경의 마지막 결론입니다. 에덴동산에서 깨어졌던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마침내 완성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새 하늘과 새 땅, 눈물을 닦아 주시는 하나님, 다시는 사망이 없는 세상은 공포의 끝이 아니라 새 창조를 통한 회복의 절정입니다. 이 책은 새로운 복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십자가와 부활로 이미 이루신 세상 죄를 지고 가신 어린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더욱 깊이 조명합니다.
특히 계시록은 구약을 가장 많이 인용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전과 성막의 이미지, 그리고 예언서(다니엘서등 묵시 문학)의 상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숲을 보지 못한 채 나무 한 그루에만 집착하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그러나 산에 올라 전체 풍경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계시록이라는 산에 오르면, 두려움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다시 오심으로 영광스럽게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전경이 보입니다.
계시록을 통하여 이 세상은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짐승, 악한 영인 용의 정체인 사탄에게 참소를 받는 타락한 교회와 사이비 종파를 드러나게 하여 그들의 미래가 이미 결정된 패배자인 것을 가르쳐 줍니다.
계시록 1장 1절에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는 첫 구절처럼, 계시록의 중심은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의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다시 오실 영광이 주제입니다. 이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는 하나님은 사탄의 권세를 파함으로 예수님의 합법적인 왕권을 확립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다시 오십니다.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실 것입니다(계 11:15-17). 이미 승리하신 예수님으로 인하여 신자와 교회도 최종적으로 승리합니다.
그래서 계시록의 마지막 기도는 재앙과 공포의 외침이 아닙니다. 소망의 고백입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이 고백이 우리의 마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채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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