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김승순 지휘자님 내외분을 만난 것은 참으로 우연한 일이었다.
우리 부부는 잠재적으로 배우기를 열망하던 피아노 레슨을 받기 위해서 오래 전에 한 음악학원을 들렸다가 우연히 예 멜 음악 소사이어티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분들을 오랫동안 가깝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축복으로 다가온다.
그로부터 남편은 봉사하는 마음에서 이사가 되고, 또 다음 해는 이사장 직을 맞게 되면서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힘든 여정을 함께 걸어왔다. 그러나 곁에서 바라보는 그 두 분은 일 년에 두 번씩 있는 공연 때마다 보통사람이 할 수 없는 어려운 일들을 누구의 도움 없이 긴 세월 동안 해오시는 그 열정을 지켜보면서 존경이란 단어가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그 문제를 걱정보다도 늘 긍정적으로 대처하려는 두 분의 모습, 봉사를 자기 삶의 제일우선순위에 놓고, 또 지휘자 역할을 떠나서 이사들과 단원들이 해야 할 몫까지 기꺼이 메꾸어 가면서 하는 그 열정을 그렇게 긴 세월 동안 곁에서 지켜보면서 두 분의 삶이 우리의 이민 삶의 여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신 분들이다.
나는 음악에는 참으로 무지하지만 그래도 듣기를 좋아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을 어린 시절 수십년을 왕립국립음악학원에서 사사를 시켰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도 듣는 것에는 조금은 즐거움이 생기지 않았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 준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도 오랜 세월 그렇게 음악과 같이 살아오다 보니 좋은 음악회에서 돌아올 때의 그 기쁨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커다란 요소가 되곤 했다. 아마도 그런 행복감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예 멜 과 함께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공연 때마다 두 분의 지치지 않는 그 정력과 열정, 지휘자님의 새로운 레퍼토리, 언제나 누구도 생각해 낼 수 없는 그런 창조적이고 신선함을 새롭게 만들어서 교포사회에 선물로 연주해 오신 지휘자님은 그 곡들을 자신이 편곡을 하고, 또 그 원어들을 아름다운 언어들로 모두 번역을 해서 단원들을 연습 시키고, 완벽한 소리가 나올 때까지 혼신의 노력으로 훈련을 시켜서 무대에 서게 해 주는 그 열정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는 것을 이두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공연 때마다 사모님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없었다면 지휘자님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공연 때 음악을 감상하기보다 지휘자님의 혼신을 다해서 신들린 사람처럼 지휘하시는 그 뒷모습에 반해서 바라보는 이 기쁨이 나에게는 그 밤의 행복함을 가득 채워주곤 하였는데 이젠 어디에서 그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이분들을 만나서 식사를 할 때 뵙는 그 순수한 마음 또한 내 가슴으로 전달되어 온다. 이 연세가 될 때까지 음악이란 세계밖에 모르고 살아오신 이 두분, 35년 동안 학교에서 제자들을 키우고, 35년 동안 지휘자로서 70년을 음악세계에서 만들어진 지휘자님과 평생 동안 소리 없이 내조자 역할을 손색없이 해내신 사모님, 두 분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는 정말 기쁨이 아닐 수가 없다. 온 삶을 바치신 지휘자님이 이제 모든 것으로부터 은퇴 통보를 하셨으니 주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모든 일에 한계가 있기 마련 인걸 왜 지휘자님이라고 그 시간이 오지 않겠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또 수없이 감동을 안겨준 일 중에 단원 중에 소질을 가진 사람들을 뽑으셔서 수년간 아무런 대 가없이 성악가로 훈련시켜서 그 사람들을 무대에 홀로 설 수 있겠금 훌륭한 수 제자들을 만들어 놓으시고 자신이 기뻐하시는 그 관대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어디에서 요즘 같은 세상에 볼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적은 것으로 봉사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고, 축복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아름다운 잔치는 부모님의 팔순과 은퇴를 알리는 자녀들의 사랑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두 분께서는 일생 동안 해오신 그 일들을 이제 모두 내려놓으시고 두 분이 여행도 마음대로 하시면서 하고 싶은 일들로 남은 시간을 채워 보시기를 바랄 뿐이다.
그 날밤 지휘자님의 인사에서 자기가 이 일을 결정하신 것은 나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꽃다운 여인이 자기를 위해서 평생 동안 고생하는 그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모두에게
들려주셨다. 얼마나 아름다운 보답의 선물인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의 평생 노고에 대해서 그런 대가로 돌아온다면 그 긴 세월 동안의 노고가 사랑이란 보답으로 다 사라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알교회의 목사님의 아름다운 기도로 시작하여 예 멜 단원들이 지휘자님께 드리는 존경과 사랑의 합창,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리는 매길 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하는 손녀의 아름다운 연주, 그리고 테너 J 씨와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S 양의 짧은 오페라 단막 팝 팝 팝의 연출은 참으로 그 날밤의 하이라이트였다. 오늘 밤의 모든 것을 주관해 준 큰 아드님 J 씨의 사회로 이루어진 이 잔잔하고 서프라이즈 파티가 이렇게 행복함을 모두에게 안겨준 뜻 깊은 밤이었다.
이제 이두분의 이름다운 향기 속에서 자라온 이 예 멜 이 더욱더 성장한 어른의 모습으로 지휘자님의 떠나가신 그림자를 따라서 잘 나이를 먹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래야만 이두 분의 긴 세월의 노고에 대한 남은 사람들의 보답이 될 것이라 믿기에.
두분 남은 여생에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이 오래오래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 드리면서...
김승순 선생님의 은퇴에 드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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