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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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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웨이를 타고

이시랑 2026-03-13 0

어느 이른 아침 

서브웨이를 타러 갔다


역에는 이미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400개 척추뼈를 가졌다는

검은 뱀 같은 기차가


유연하게 구불구불

레일 위를 기어

푸랫홈으로 들어온다


마른 입을

좌우로 쩍 벌려


선체로 통체로 

나를 먹어버린 기차의


네모난 객차 안에

나는 앉았다


건너편 의자에는

안경 쓴 중년의 남자가 

아이폰 스크린을 

톡톡 두들겨


세상을 열어

세상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나의 세월이 소화되고


바로 내 앞 키가 큰

소년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아직 부화 중인

어린 그가


세상을 밖에 가둬 놓고

용감하게

이어폰 안으로 들어간 후


그는 뜨거운 열기로 

영혼의 꿈을 

부화시키고 있다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람끼리

작은 공간을 

흔들며 흔들리기도 하며


하루치 삶을

하루치 근심을

하루치 희망을


한 칸씩 싣고

사람들은

기차를 끌고 간다


어디로..


바퀴는 덜컹덜컹

굴러 가나


서로 닿지 못하는

떨어진 만큼의 거리에서


먼 인연의 꽃이 

스스로 피었다 지는


다음 정거장에서

떨어진 꽃잎이

바람에 날려


직장으로

학교로

가게로

병원으로


가는 듯

오는 듯

흩날린다


그것은 꿈을 쫓는 

배고픈 영혼들의 허기


잃어버린 나를 찾아 달리는

바퀴들의 외로움


보이지는 않지만

바퀴 끝에 물려 돌아가는


손잡이를 가늘게 흔드는 

누군가의 영혼의 

한 줌 꿈을 본다


아니 나의 저물어가는

노을빛 꿈을 본다


거기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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