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른 아침
서브웨이를 타러 갔다
역에는 이미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400개 척추뼈를 가졌다는
검은 뱀 같은 기차가
유연하게 구불구불
레일 위를 기어
푸랫홈으로 들어온다
마른 입을
좌우로 쩍 벌려
선체로 통체로
나를 먹어버린 기차의
네모난 객차 안에
나는 앉았다
건너편 의자에는
안경 쓴 중년의 남자가
아이폰 스크린을
톡톡 두들겨
세상을 열어
세상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나의 세월이 소화되고
바로 내 앞 키가 큰
소년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아직 부화 중인
어린 그가
세상을 밖에 가둬 놓고
용감하게
이어폰 안으로 들어간 후
그는 뜨거운 열기로
영혼의 꿈을
부화시키고 있다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람끼리
작은 공간을
흔들며 흔들리기도 하며
하루치 삶을
하루치 근심을
하루치 희망을
한 칸씩 싣고
사람들은
기차를 끌고 간다
어디로..
바퀴는 덜컹덜컹
굴러 가나
서로 닿지 못하는
떨어진 만큼의 거리에서
먼 인연의 꽃이
스스로 피었다 지는
다음 정거장에서
떨어진 꽃잎이
바람에 날려
직장으로
학교로
가게로
병원으로
가는 듯
오는 듯
흩날린다
그것은 꿈을 쫓는
배고픈 영혼들의 허기
잃어버린 나를 찾아 달리는
바퀴들의 외로움
보이지는 않지만
바퀴 끝에 물려 돌아가는
손잡이를 가늘게 흔드는
누군가의 영혼의
한 줌 꿈을 본다
아니 나의 저물어가는
노을빛 꿈을 본다
거기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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