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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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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언어는 연결고리입니다.

류호준 2026-03-13 0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충만하여 성령이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전 2:4)


언어는 연결로 향하는 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언어는 연대와 소속으로 이어지는 다리입니다. 아이가 처음 내뱉는 한 단어는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을 돌보고 사랑해 온 얼굴들을 향한 신호이며, 관계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작은 선언입니다. 그 한 단어를 듣는 순간, 어른들은 비로소 아이가 자기 세계로 걸어 들어왔음을 느낍니다.


반대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오가는 공간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쉽게 고립됩니다. 소리는 들리지만, 의미는 닿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있음에도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그때, 익숙한 억양 하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사용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마음이 풀립니다. 언어는 그 즉시 낯섦을 누그러뜨리고, 우리를 관계 안으로 다시 불러들입니다.


오순절의 제자들에게도 그 순간은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갑자기 자기 입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언어들,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말들. 그러나 불꽃 같은 혀가 머물던 그 따뜻함 속에서, 그들은 곧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혼란이 아니라 초대라는 것을. 성령의 충만은 사람들을 흩어 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열어,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게 했습니다.


성령은 제자들을 침묵 속에 가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을 채우신 성령은,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언어로 “하나님의 큰 일들”(Magnalia Dei)을 말하게 하셨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성령의 은사는 자기 과시를 위한 언어가 아니라, 타자에게 닿기 위한 언어였습니다. 성령은 언제나 연결을 향해 말하게 하십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지요. 마귀는 가는 곳마다 장벽을 쌓고 성령님은 가시는 곳마다 다리를 놓는다고.


교회는 이 지점에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언어들은 과연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사람들을 안으로 부르는가, 아니면 밖으로 밀어내는가. 성령의 언어는 언제나 이해를 향해, 연대와 소속을 향해, 관계를 향해 확장되어 퍼지고 흐릅니다. 마치 태초에 발설하신 하나님의 언어가 창조의 언어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창조적 언어는 언제나 다양성 속에 질서와 아름다움을 가져옵니다.


그러므로 오순절의 기적은 단지 여러 언어가 터져 나온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인간 사이에 다시 다리를 놓으신 사건입니다. 바벨에서 흩어진 언어들이, 예루살렘에서 다시 만난 순간입니다. 거기로부터 땅끝까지 다시 흩어져 퍼져나가는 다양한 복음의 언어들이 됩니다.


기도: 성령이시여, 우리 안에 닫힌 언어를 열어 주소서. 당신께서 주시는 은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며, 다른 이에게 닿는 말로 사용하게 하소서. 우리의 말이 벽이 아니라 길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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