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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바라본 한결같은 파도

박광영 2026-03-13 0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한국을 떠올릴 때면 마음속 그리움은 언제나 조금씩 부풀어 오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익숙한 언어,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할 때면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대가 생깁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더 따뜻하게, 더 아름답게 기억 속에 자리 잡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3년 만에 도착한 한국에서 저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익숙한 거리인데도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거리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고, 사람들의 말투와 생활 방식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내가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느끼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나그네와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생각해 보면 캐나다에서도 저는 여전히 나그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살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이방인의 감각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우리는 어느 한곳에 완전히 속한 사람이 아니라 두 나라 사이를 살아가는 나그네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다섯 아이와 함께 살아가다 보니 이런 생각이 더 자주 떠오릅니다. 아이들이 어떤 땅을 자신의 고향으로 기억하게 될지 가끔 궁금해집니다. 한국일지, 캐나다일지, 아니면 두 나라 모두일지 모릅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어디에서든 잘 자라기를 바라지만, 낯선 땅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일은 때로는 책임감과 함께 조용한 긴장도 안겨 줍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웃음과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오랜만에 경포대를 찾았습니다. 바닷가에 서서 한동안 파도를 바라보았습니다. 파도는 쉼 없이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났고, 또 다시 같은 모습으로 밀려왔습니다. 어린 시절 바라보았던 바로 그 파도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 세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경포대의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같은 리듬으로 숨 쉬고 있었습니다. 잠시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도 수없이 많은 파도가 지나갔지만 그 움직임은 놀라울 만큼 한결같았습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문득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삶은 자주 변합니다. 사는 나라가 바뀌기도 하고 삶의 환경도 계속 달라집니다. 때로는 내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십니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듯 하나님의 신실하심도 우리의 삶에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우리가 어느 땅에 살든, 어디로 이동하든 하나님은 동일하게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우리의 자리는 바뀌어도 하나님은 변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땅에서 완전히 뿌리내린 사람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방인으로, 나그네로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성경 속 많은 믿음의 사람들도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갔기 때문입니다.

경포대에서 바라본 그 한결같은 파도처럼 하나님은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의 삶을 붙들고 계십니다. 낯선 땅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걸음도 그 신실하신 손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변함없는 신실하심이 있기에,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가든 믿음으로 다시 내일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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