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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대학에서

손정숙 2026-03-27 0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언 16:31)

봄은 지척에 왔는데 아직도 날씨는 추웠습니다. 바람이 몹시 불고 새벽녘에는 눈발까지 날렸습니다. 꽃샘바람이 뭉그적거리는 하늘은 흐리고 우중충하여 길에는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한산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 차서 울렁이는 것입니다. 이제 곧 강 권사님이 데리러 올 터인데 떠날 차비를 완전히 하고서도 한곳에 서 있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시니어대학에 가는 날입니다. ‘시니어와 문학’에 대한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내 강의는 네 번째 날에 있었지만 어떤 분들이 나오시는지 알고 싶어서, 또 어떤 분들께 강의를 하는 건지 분위기도 익힐 겸 첫날부터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날이 점점 즐거워지고 기다려지는 것입니다.   


벌써 2년 전입니다. 두 분의 신학박사로부터 캐나다 최초의 시니어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기동력이 없으면서 그 분주한 401 하이웨이를 거의 두 시간 동안 달려서 시니어대학을 다녔다는 것은 기적 중에도 큰 기적입니다, 둘이 함께 받기로 계획하였다가 혼자 마지막 등용문을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울컥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시니어 대학생활은 끝인 줄 알았습니다. 내 주위에 단단한 울타리를 치고 게딱지처럼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가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가 세운 삶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일체 사람과의 교류를 끊음으로써 홀로서기를 하려고 애쓰다가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내가 받은 것을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여야 되겠다는 자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유일한 박사의 일생을 알게 된 직후부터입니다. 독립운동가로서, 사업가로서 그리고 교육가로서 온전히 주님의 지혜로운 청지기로 살아온 그의 삶을 읽으면서 우리가 환원하여야 할 것은 재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 주님이 주신 모든 것으로 주께 영광을 돌리는 일은 나에게 주신 사명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시니어 대학 강사 청빙에 서슴없이 수락을 하였습니다. 여러 해 묵은 자료들을 꺼내어 강의를 준비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습니다. 


8년, 16학기, 한 학기당 40시간씩 참으로 긴 세월 동안 시니어들과 함께 지내면서 기호와, 생활철학을 관찰하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내 앞에 계신 시니어들은 그때의 시니어들이 아니었습니다. 유엔의 발표에 의하면 평균 나이 68세에서 벗어나 이제 83세에 들어선 장년의 시니어들입니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인생 완숙기의 탄탄한 생활철학이 몸과 마음에 고정된 시니어들인 것입니다. 힙합 댄스를 숨차지 않게 즐기고, 셀폰을 열어 AI(인공지능) 사용법을 열심히 배우는 그분들을 보면서 내가 칩거하고 있는 사이, 변화된 세상과 진화된 시니어들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시니어란 어떤 존재인가? 시니어와 문학을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독서와 비평은 생략하였습니다. 끝날 무렵 자기 소개와 자서전을 쓰도록 하였습니다. 


제출한 시니어의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용솟음치는 기쁨, 이것은 주의 자녀라는 공동체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자산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그리고 아주 귀중하게 대하고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희로애락의 어려움조차 주님이 주시는 은혜와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겸손의 마음은 기독교인의 가르침 안에서만이 가능한 생활 수칙입니다. 육신의 건강을 다스리면서 영적 승화를 지향하는 주의 자녀들에겐 나이 듦이 오히려 시간의 흐름만큼 나날이 깊어진다는 것을 훤히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굳건해진 믿음으로 당당하게 공의의 길을 걷는 어르신들. 주안에서 항상 영육 간에 강건하시고 평안 하시기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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