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달력이 팔랑
방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선다
거실 벽 사방이
푸릇푸릇
색깔을 칠한다
옷장을 열어
풀빛 재킷을 꺼내
봄을 입는다
아~ 그런데
재킷 단추 하나가
툭
발등을 때리고
땅에 곤두박질친다
서둘지 마
어느 누가 봄을
기다리지 않았겠어
땅에 떨어진
단추를 주웠다
아무 상처 없이
깨끗하다
겸연쩍은 듯
단추가 픽 웃는다
헐거워진 그의
낡은 시간을 바늘에 꿰어
꽉 꽉 당겨 단추를 단다
이제 가자 우리
봄나들이
문을 밀고
밖으로 나오니
멀리서
꽃샘바람
내 이름을 부르며
우르르 달려온다
앗 안돼
넌 거까지만 오는 거야
재킷 앞자락을
꽉 붙들고
작은 단추가
겁도 없이
꽃샘바람을 막아선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의 삶도
흐르는 세월에
헐거워지고 낡아가는 틈새의
서로 관계를 수선하며
삶의 단추를
옷깃에 달아
바람 부는
세상의 냉기를
서로 따뜻이 여며주며
우리는 그렇게
더불어
사는 것 아닐까
아직 4월 꽃샘바람 끝
차갑지만
만날 사람 없고
갈 곳은 없지만
눅눅한 겨울 우울을
바람에 날리며
초봄 길을 걷는다
다시 태어나는 어린 계절의
신비로운 자연을 바라보며
문득
신(神)주머니 속
나의 이런 봄이
몇 번이나 더 남아 있으려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단추가 나를
힐끔 쳐다본다
이제 가자
집으로
우리들의 저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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