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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교 칼럼 「전도서」 — 하늘 아래서, 하늘을 향하여
종교 칼럼

「전도서」 — 하늘 아래서, 하늘을 향하여

류호준 2026-04-06 0

구약 성서 가운데 유난히 독특한 책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전도서입니다. 소년 시절, 저는 이 책이 ‘전도하라’는 내용을 담은 책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그 본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도서는 정말로 ‘전도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말입니다.


전도서는 성경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왜 이 책이 정경 안에 포함되었는지 의아해질 만큼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전도서는 역설적으로 구약 성경 가운데 가장 기독교적인 책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전도서는 세례자 요한을 닮은, 무자비할 만큼 정직한 폭로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하나님과 분리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해 아래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를 끝까지 밀어붙여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을 길을 예비하게 됩니다. 전도서는 곧장 “좋은 소식”을 전하기보다, 먼저 들어야 할 “나쁜 소식”을 들려줍니다. - “헛되고 헛되도다.”


하나님과 단절된 채 그 자체로 바라볼 때, 인간의 삶은 결국 덧없고 붙잡을 수 없는 것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도서는 참으로 ‘전도(傳道)하라’는 책입니다. 참된 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무익하고 덧없는 길인지를 직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도서는 길을 가리키는 표지판 같은 책입니다.


마치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회개하라!”고 외쳤던 것처럼, 전도서는 소리 높여 윽박지르지는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우리를 붙들고 말합니다. “당신이 가는 길은 신기루와 같다. 순식간에 사라질 것에 인생을 걸지 말라. 어리석게 굴지 말라. 영원한 것을 바라보라. 하늘을 쳐다보라.”


그래서 전도서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키라.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다.”(전 12:13)


전도자는 인생 여정의 끝자락에서 반드시 하나님을 대면할 날이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덧붙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전 12:14)


이 대목에서 우리는 사도신경의 고백을 떠올리게 됩니다.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나는 믿습니다.”


해 아래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신앙은 언제나 종말론적 지평 위에 놓여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엘렌 데이비스의 말처럼, 전도서는 대림절(Advent)에 읽고 묵상하기에 참으로 어울리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대림절 그리스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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