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日常).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들로 구성된 일상입니다. 먹고 자고 만나고 헤어지고 걷고 청소하고 땀 흘려 일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기뻐합니다. 미워하고 싸우고 실망하고 화해하고 용서합니다. 분만실에서 기뻐하고 영안실에서 슬퍼합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늘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각자 삶의 희로애락의 씨줄과 날줄로 자신의 독특한 문양을 이루어갑니다. 그때마다 내 삶의 동반자인 나 자신 역시 삶의 한 올 한 올을 쓰다듬고 만지작거려 봅니다. 일상의 어는 것 하나도 우연히 오고 가는 것이 없음을 느낍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우리 곁을 스쳐 가는 모든 일에서 그분의 손길을 어렴풋이 느낍니다. 제3의 눈으로 교회와 세상과 사회와 사물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의 명암이 송두리째 묶여져 그분의 은혜가 되어 다가오는 것은 느끼게 됩니다.
앎과 삶과 믿음을 재구성하는 영혼의 낱말들로 가득한 일상입니다. 일상은 바로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신앙은 목적지를 향해 최대치로 속력을 올리는 게 아닙니다. 신앙은 여정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오랫동안 순종하며 걷는 것입니다. 똑바로 걷되 우아하게 걷는 일입니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일상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끄적끄적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여덟 권의 책이 나왔네요. 하나하나가 소중한 내 인생 기록물이 되어갑니다. 학문적인 책이 아닌 일상적인 책이기에 더더욱 살갑게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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