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오후
접어두었던 계절을
장롱에서 꺼내
활짝 펴 양산처럼
받쳐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마른 봄햇살이
쏘나기처럼
쏴쏴 쏟아지고
길 건너
빨간 벽돌집
울타리에는
개나리가
햇살보다 더 밝은
수천 개 꽃등을
노랗게 매달아 놓고
지나는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준다
언제나 제일 먼저 와서
봄을 열어놓고
사방에
주파수를 맞춰
아직 도착하지 못한
친구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길을 밝혀주는
희망 기대 정이 많다는
마음 넉넉한 개나리가
예뻐서 가까이 다가가니
내게
봄을 말하려다 그만
수줍은 입술만
달삭달삭 부풀린다
감추지 못하는
그의 노란 미소 사이로
히잇히잇
봄이 새어 나온다
봄은 그렇게
익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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