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정말 미국을 등쳐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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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테드진의 머니 클리닉 세계는 정말 미국을 등쳐 먹었나?
테드진의 머니 클리닉

세계는 정말 미국을 등쳐 먹었나?

테드진 2026-04-24 0

‘그동안 세계는 미국을 등쳐 먹었다(Ripping off).’ 이것이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 전쟁의 명분이었습니다. 


미국은 지속적인 무역적자와 일자리 유출로 누적되는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한국 등 동맹국을 지켜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반면 동맹국들은 충분한 안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채 이득만 취해왔다는 논리입니다. 과연 그의 말처럼, 세계는 정말로 미국을 등쳐 먹어 온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 각국 대표들이 모였습니다. 이때 대공항 극복의 해법을 제시했던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인 케인즈는, 특정 국가의 화폐가 아닌 별도의 세계 공용화폐를 만들어 기축통화로 삼자고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제안을 묵살했습니다. 대신 자국의 화폐인 달러를 유일한 기축통화로 삼자고 강하게 밀어 붙였습니다. 

남들은 열심히 피땀눈물 갈아 넣으며 농사 짓고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때, 나에게는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인쇄기가 있고 그 돈으로 손쉽게 물건을 사서 풍요를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화수분’ 같은 권력을 갖게 된다면 금새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부자가 될 것은 물론, 막강한 무기들과 군대를 양성해 무소불위의 실력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화폐가 그 막대한 특권을 갖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대신 미국이 제시한 조건은

언제든지 미달러를 가지고 오면 금과 바꿔 준다는 ‘금태환 약속’이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세계에 개방해 무역적자는 감수할 테니, 각국은 열심히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라, 우리가 사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축통화 발권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전세계 무역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세계의 경찰’ 역할도 맡겠다고 하였습니다. 자유 진영의 국가들은 이러한 약속을 믿고 미국 달러를 국제교역의 핵심통화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1971년, 미국은 금태환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며 그 약속을 깨뜨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적반하장으로 “세계가 미국을 이용해 왔다”며 그 대가를 지불하라고 전세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미 압도적인 힘과 규모를 갖게 된 미국의 위세 앞에 맛서기도 어렵고 주눅이 들어 있는 각국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트럼프는 또 뚜렷한 명분조차도 없이 전 세계 경제를 지금 중동발 유가폭등의 벼랑 끝으로 내 몰고 있습니다. 미국이 내린 오늘의 선택이 자국 국민의 앞날에 득이 될 지 실이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증명될 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격변의 과정 속에서 새우 등 터져야 하는 각국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푸틴과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2020년대는 훨씬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절이 하수상한 요즘 도무지 한 치 앞을 내다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 수록 우리는 와신상담하며 내 자산을 지키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내공을 키우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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