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민주당 3대특검대응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최고위원. 연합뉴스
(한국) 3개의 특검이 동시에 가동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수사할 특검 설치를 추진한다.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검찰청 해체에 나서면서도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특검을 하나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특검에 파견될 검사가 더 늘어나 일선 민생사건 처리는 더욱 지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일 “검찰이 왜 관봉권 띠지를 분실했는지, 조직적인 은폐가 아닌지 국민들은 궁금하다”며 “상설특검을 비롯한 독립적인 수사 방안을 검토해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이 사건 수사에 관해 “제식구 감싸기 의혹이 있으니 상설특검을 비롯해 제도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는지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상설특검은 상설특검법에 따라 ▶국회가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해 본회의에서 의결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임명 절차를 개시할 수 있어 별도의 특검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신속한 특검 출범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미 매머드급 특검이 3개나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법사위를 통과한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에 따라 내란·김건희 특검의 경우 최대 70명(현재 각각 56명·40명), 순직해병 특검은 최대 30명(현재 14명)의 검사를 파견할 수 있게 됐다. 수사 기간 내 수사를 마치지 못해도 국가수사본부에 사건을 인계해 특검의 지휘를 받도록 하면서 사실상 무기한 수사의 길을 열어놨다.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와 박건욱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전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장) 등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관계인들이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여기에 특검이 하나 더 추가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일선 검찰의 일반사건 처리 지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공산이 크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지난 2일 특검법 개정안을 심사한 법사위 소위에서 “3대 특검에 이미 총 110명의 검사 및 99명의 검찰수사관이 파견돼 일선 검찰청의 업무 공백 및 민생 사건 수사 지연이 심화되고 있다”며 “검사들의 사건 부담량이 굉장히 과중한 상태”고 우려했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현행 특검에서 수사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 검찰정상화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에는 나머지 수사 대상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2조 1항 14호)도 포함돼 있다”며 “지금의 특검법 하에서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에서 확보한 돈다발 중 관봉권 5000만원의 띠지를 분실한 사건에 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이 사건은 민주당 3대특검대응특위의 고발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공수처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관봉권 사건을 수사할 여건이 안 된다”며 “별도의 상설특검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대장동 개발 비리,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에 관해서도 “야권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정치공작이라 이런 정치검사에 대한 별도의 특검도 필요하다”며 제5 특검 추진까지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거짓말로 속여 검찰을 해체하곤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무소불위 특검을 동원해 무차별적 폭주로 정치보복과 숙청을 자행하고 있다”(사법정의수호 독재 저지 특위)고 비판했다. 특위 위원장인 조배숙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수사 방향을 지휘하는 건 중대한 법 체계 위반”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