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근 캐나다인들이 안락한 은퇴를 위해 필요한 자산이 평균 170만 달러(온타리오는 190만 달러)에 달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많은 예비 은퇴자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재무 설계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현실과 동떨어진 '신화'에 불과하며, 숫자 자체에 매몰되는 것이 오히려 은퇴 계획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거액의 목돈'이 아닌 '매달 들어오는 수입'에 집중하라
요크 대학교 슐릭 경영대학원의 모쉐 밀레브스키 교수는 "사람들이 자산의 총 가치에만 집착하고 정작 중요한 '현금 흐름'은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퇴는 쌓아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발생하는 수입으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무 설계 전문가 안나 골란-레즈닉은 "170만 달러라는 숫자는 모든 사람의 생활 방식과 주거 비용이 동일하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나온 것"이라며,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 프레임을 바꾸면 은퇴 준비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조언했다.
CPP와 OAS의 위력: 연간 35,000~40,000달러의 가치
전문가들은 많은 캐나다인이 정부 연금인 CPP(캐나다 국민연금)와 OAS(노령 보장 연금)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실하게 납부 실적을 쌓은 부부의 경우, CPP와 OAS만으로도 연간 약 35,000달러에서 40,000달러의 물가 연동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은퇴 후 필요한 세후 생활비가 월 6,000~7,000달러라고 가정할 때, 정부 연금이 이 중 상당 부분을 충당해 주므로 실제 개인이 따로 마련해야 할 저축액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직장 연금이나 RRSP(은퇴 저축 계좌), 주택 담보 대출(Mortgage) 상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은퇴의 세 단계: 'Go-Go', 'Slow-Go', 'No-Go'
은퇴 자금 계획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연령대에 따른 지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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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 기간(60~75세): 여행, 취미 활동 등 활동량이 많아 지출이 가장 큰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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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Go 기간(75~85세): 활동 반경이 좁아지며 지출이 점차 줄어드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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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Go 기간(85세 이후): 건강 관리 외에는 소비가 거의 없는 시기.
전문가들은 65세 때의 지출이 95세 때까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가족력이 있어 장수가 예상된다면 CPP와 OAS 수령 시기를 70세로 늦춰 월 수령액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숫자에 압도당하지 말고 '나만의 지도'를 그려라"
170만 달러라는 거창한 숫자는 금융 기관이 만들어낸 마케팅 용어이거나 평균의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재무 설계사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이 100만 달러 미만의 예산으로 은퇴하지만, 그들 중 99%는 평온하고 안락한 노후를 즐긴다.
중요한 것은 은퇴 1주일 전에 전문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최소 5년에서 10년 전에 자신의 재정 상태를 '건강 검진' 하듯 점검하는 것이다. 막연한 공포는 계획이 없을 때 찾아온다. 예비 은퇴자들은 현재 나의 지출 패턴을 분석하고, 정부 연금 수령액을 확인하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자. 170만 달러라는 허상은 사라지고, 나에게 맞는 현실적인 은퇴 지도를 볼 수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