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의 젊은 층이 부모 세대가 고수해온 ‘내 집 마련’이라는 전통적인 금융 목표를 과감히 포기하고 있다. 치솟는 집값에 절망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위한 여행과 경험에 투자하는 쪽으로 우선순위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에게 주택 소유는 성공의 상징이 아닌, 30년 넘게 짊어져야 할 무거운 부채이자 삶의 제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내 집 마련보다 ‘해외 여행’... 돈의 이정표가 바뀌었다
최근 FP 캐나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34세 캐나다인의 43%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재무 목표로 ‘여행’을 꼽았다. 이는 주택 구매(38%)나 은퇴 자금 마련(34%)보다 높은 수치다. 오타와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25세 웬디 씨는 “젊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 대신 내년 영국 여행을 위한 예산을 먼저 짜고 있다. 그녀는 “지금 사는 동네의 집은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이고, 30년 넘게 모기지를 갚으며 살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밝혔다.
“불가능한 목표 대신 확실한 행복을”... MZ의 합리적 선택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젊은 세대의 포기라기보다 ‘현실적인 재설정’이라고 분석한다. 토론토 대학교 샘 매글리오 교수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대한 목표 대신, 더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캐나다 평균 집값이 81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소폭 하락(2025년 10월 기준 약 69만 달러)하긴 했으나, 6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들에게 부모 세대의 “열심히 저축해서 집을 사라”는 조언은 더 이상 현실성이 없는 구시대적 유물이 된 셈이다.
렌트의 자유와 투자 다변화... “집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 젊은 세대에게 ‘렌트(임대)’는 실패가 아닌 ‘자유’의 상징이다. 주택 정책 전문가 스티브 포메로이는 오늘날의 노동 시장이 이동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렌트가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오타와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35세 스펜서 씨는 수입의 15~20%를 여행과 여가에 쓰면서도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은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집이 좋은 투자처이긴 하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모기지에 묶여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신 자산을 다각화하고 현재의 삶을 즐기는 방식을 택했다.
불확실한 미래 대비... ‘완전한 은퇴’ 대신 ‘안전망’ 구축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은퇴관도 바꿔놓았다. 많은 젊은이가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전통적인 은퇴 대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며 여가를 즐기는 ‘반(semi)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웬디 씨의 경우 은퇴 자금보다 실직 등 경제적 위기에 대비한 비상금(TFSA)을 채우는 것을 우선시한다. 급변하는 고용 시장에서 40년 후의 은퇴를 기약하기보다, 당장 내년의 여행과 1년 치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