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7일 부채 11억 달러로 파산 보호 신청... '캐나다 최고령 기업' 끝내 폐업
전국 96개 매장 중 73곳 여전히 공실... 도심 핵심 상권의 '공동화 현상' 심화
저가 브랜드와 가구점으로 채워지는 빈자리... 전통 백화점 시대의 종말 고해
[1670년 첫 매장을 열었던 허드슨 베이. Youtube @CBC British Columbia 캡처]
(캐나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허드슨 베이 컴퍼니(HBC)가 파산 보호를 신청한 지 정확히 1년이 흘렀다. 작년 3월 7일, HBC는 11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법원에 채권자 보호를 신청했다. 한때 6개 매장이라도 살리기 위해 인수자나 대출처를 물색했으나 끝내 나서는 이가 없었고, 결국 그해 6월까지 캐나다 전역의 80개 HBC 매장과 16개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매장이 모두 문을 닫으며 3세기 넘게 이어온 역사는 마침표를 찍었다.
텅 빈 랜드마크와 저가 브랜드로 재편되는 유통 시장
캐나다 프레스의 분석에 따르면, 폐쇄된 96개 매장 부지 중 73곳(약 76%)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다. 토론토 다운타운의 중심부를 지키던 거대 매장들이 활기를 잃으면서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운영을 재개한 일부 부지들은 과거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어반 비헤이비어나 디자이너 디포 같은 저가형 의류 브랜드나 대형 가구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캐나다 유통 시장이 고급 백화점 모델에서 실속형 매장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흩어지는 역사의 파편과 오프라인 매장의 몰락
HBC는 지난 1년 동안 회사의 역사가 담긴 4,400여 점의 예술품과 유물들을 경매에 부쳐 자금을 회수했다. 모피 무역 시대를 상징하는 유물부터 캐나다 현대 미술품까지, 한 기업의 자산을 넘어 캐나다 역사의 일부로 평가받던 소장품들이 개인 소장가나 박물관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는 온라인 쇼핑의 공습과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기지 못한 오프라인 백화점의 몰락을 상징하며, 거대한 매장을 유지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에서 '캐나다의 자부심'조차 디지털 전환의 파도를 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남겨진 거대한 빈 공간, 도시 재생의 새로운 기회로
허드슨 베이의 퇴장은 캐나다 유통업계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변화에 둔감한 전통 권위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론토'와 '미시사가' 등 대도시 핵심 요지에 남겨진 이 거대한 빈 공간들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도시 재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다른 매장으로 채우는 것을 넘어, 주거 공간이나 문화 시설, 하이테크 오피스로의 전환 등 혁신적인 공간 재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