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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표값에 숨겨진 조용한 지출 "출국세"
'당신이 몰랐던 비밀'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전 세계 공항, 2024년 한 해에만 출국세로 약 604억 달러 징수
항공권 가격에 포함돼 인지하기 어려워... 아르헨티나 1인당 138달러로 세계 최고치
일본 ‘사요나라 세금’ 3배 인상 예고... 전문가들 “투명한 공개와 목적 설명이 우선”
[Unsplash @Gabriel Crismariu]
[Unsplash @Gabriel Crismariu]
(국제)
“발리에 갇힐 뻔했습니다”... 베테랑 여행자도 당황케 한 출국세의 기습

사진작가 케빈 밀러는 스스로를 여행 전문가라 자부했지만, 2013년 발리 공항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보안 검색대까지 통과한 그에게 공항 직원이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닌 ‘현찰’ 출국세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기념품 사느라 다 써버린 그는 환전소도 문을 열지 않은 이른 새벽, 고장 난 ATM 앞에서 절망했다. 다행히 한 미국인 관광객의 도움으로 돈을 빌려 출국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시간을 허비해 다음 연결편을 놓치고 항공권을 새로 끊어야 했다.

보이지 않는 세금... 항공권 가격 속 ‘베이크드 인(Baked-in)’ 시스템

밀러의 사례처럼 현장에서 직접 현금을 내는 방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2014년부터 출국세를 항공권 가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출국세를 표값에 미리 녹여내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자신이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공항이 거둬들인 출국세 및 관련 수수료는 총 604억 달러(약 83조 원)에 달하며, 승객 1인당 평균 6.80달러를 지불했다. 국가별로는 아르헨티나가 138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모리셔스, 멕시코, 영국, 미국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스웨덴은 열차나 페리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 항공 여행세를 전격 폐지하기도 했다.

오버투어리즘 대책인가, 과도한 부담인가... 갈리는 시각

이러한 세금은 보통 공항 유지보수나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최근에는 ‘오버투어리즘(관광객 과밀)’ 해결책으로도 활용된다. 일본은 2019년 도입한 1,000엔의 ‘사요나라 세금’을 3배로 인상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IATA는 이러한 세금이 “역행적”이라며 비판한다. 정부 예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여행객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경제적·사회적 교류를 저해한다는 논리다. 뉴욕대(NYU) 안나 에이블슨 교수는 “관광객이 도로, 전기, 수도 등 현지 자원을 소모하는 만큼 이를 상쇄할 비용 지불은 필요하다”면서도, 공항에서 갑자기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은 여행의 마지막 기억을 망치는 ‘마찰’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뇌물’ 아닌 ‘기여’가 되려면... ‘팔라우 서약’이 주는 교훈

여행자들은 세금 자체보다 ‘왜 내는지 모르는 돈’에 거부감을 느낀다. 에이블슨 교수가 제시한 ‘팔라우 서약(Palau Pledge)’은 좋은 본보기다.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는 입국 시 여권에 환경 보호 서약을 찍어주며, 이를 어길 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관광객들은 자신이 낸 돈이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 데 쓰인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할 때 기꺼이 지갑을 연다.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항공권에 슬그머니 세금을 얹기보다, 해당 비용이 현지 커뮤니티와 환경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창의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여행의 끝이 공항 ATM을 찾아 헤매는 질주가 아니라, 방문한 나라에 대한 감사와 존중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치안 당국과 관광청의 정책적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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