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 유가 폭등에 유류세 긴급 수혈... 항공사 "일단 노선부터 줄이자"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널뛰기하자 캐나다 연방정부가 유류세 일시 중단이라는 긴급 처방을 내놓았다. 22일 스티븐 맥키넌 교통부 장관은 노동절까지 휘발유와 디젤에 대한 연방 특별소비세(Excise Tax)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항공유는 리터당 4센트, 무연 항공 가솔린은 리터당 10센트의 세금 부담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정작 혜택을 입게 될 항공사들은 높은 연료비 부담을 이유로 여름 성수기 노선을 줄줄이 감축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항공료 인하 효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켜보고 있다"는 정부 vs "버티기 힘들다"는 항공사
맥키넌 장관은 "항공사에 이번 세금 감면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항공료 인하를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연료 가격이 치솟는 현실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실제로 항공사들의 움직임은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다. 에어 트랜젯(Air Transat)은 5월부터 10월까지 운항 능력을 6% 감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웨스트젯(WestJet) 역시 6월까지 운항 규모를 최대 6% 줄일 계획이다. 에어캐나다(Air Canada)는 이미 지난주 중동 전쟁 여파를 이유로 국내외 6개 노선의 운항 중단을 선언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현재 휴가 패키지나 포인트 예약 건에 대해 추가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3월 항공료 전년 대비 2.9% 상승... 소비자 부담 가중
지난 월요일 발표된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항공료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이는 202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기록된 전년 대비 상승세로,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항공 요금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유류세를 깎아주며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이 공급 물량을 줄이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어 소비자들의 여행 비용 부담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 감면으로 항공사만 배 불리면 안되
정부의 유류세 유예는 민생을 돌본다는 차원에서 상징적인 조치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친다면 그 혜택은 항공사의 영업이익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항공사들이 연료비 상승을 빌미로 노선을 줄이고 할증료를 붙이는 상황에서 리터당 몇 센트의 세금 감면이 티켓 가격 인하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교통부 장관이 "지켜보겠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제 유류세 면제분이 가격 산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하거나, 감면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노선 유지나 가격 동결 등의 실질적인 합의를 끌어냈어야 했다. 결국 정부의 세수만 줄어들고 소비자의 지갑은 여전히 얇은 '반쪽짜리 대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