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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은 달리는데 집은 멈췄다"
콘도 시장 침체에 멈춰 선 스카보로 '골든 마일'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에글린턴 LRT 개통 호재에도 75개 타워 건설 계획 '올스톱'… 미분양·수익성 악화 직격탄
시행사 '드림(Dream)', 1,000세대 규모 프로젝트 잠정 중단… "수지가 안 맞아"
토론토 시, 초기 단계 축소 및 인프라 분담금 조정 등 '출구 전략' 고심
[스카보로 '골든 마일' 콘도 프로젝트. Youtube @thecityoftoronto캡처]
[스카보로 '골든 마일' 콘도 프로젝트. Youtube @thecityoftoronto캡처]
[스카보로 '골든 마일' 콘도 프로젝트. Youtube @ MyCondoPro캡처]
[스카보로 '골든 마일' 콘도 프로젝트. Youtube @ MyCondoPro캡처]
(토론토)
정부가 수조 원을 투입해 완공한 에글린턴 경전철(LRT)이 마침내 궤도 위에 올랐지만, 정작 그 길을 따라 들어서야 할 스카보로의 대규모 주거 단지 '골든 마일(Golden Mile)' 재개발 사업은 기약 없는 늪에 빠졌다. 75개의 초고층 타워를 세워 새로운 도심을 만들겠다던 원대한 계획은 토론토 콘도 시장의 급격한 침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위치는 최고, 타이밍은 최악"… 멈춰 선 건설 현장

스카보로 빅토리아 파크 에비뉴에서 버치마운트 로드 사이의 약 113헥타르 부지를 재개발하는 '골든 마일' 프로젝트가 사실상 멈춰 섰다. 이곳은 향후 30년 동안 최고 48층 높이의 타워 75개를 건설해, 약 5만 6천 명의 신규 주민을 수용할 예정이었던 토론토 동부의 핵심 개발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냉기는 이 거대한 청사진을 얼려버렸다. 해당 지역의 주요 개발사 중 하나인 '드림(Dream)'은 당초 1,000세대 규모의 쌍둥이 타워 건설을 시작으로 1단계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를 무기한 보류했다. 드림 측 임원 제이미 쿠퍼는 ▶"우리는 정말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임대 주택 전환 등 다각도의 수익성 개선 방안을 검토했음에도 현재의 공사비와 금리 조건으로는 도저히 계산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도미노식 사업 연기"… 분양 부진에 '작게 짓기' 고육책까지

토론토 대학교의 도시 계획 전문가 마티 시미아티키 교수는 현 상황을 "위치는 최고지만 타이밍은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6개월 사이 LRT가 개통되며 입지적 가치는 상승했으나, 부동산 시장의 폭락이 그 가치를 압도해버렸다"며, 골든 마일 내 다른 토지 소유주들도 줄줄이 사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토론토 시 당국은 개발사들에게 출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800~1,000세대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 대신 350세대 미만의 소규모 단지로 단계를 쪼개서 건설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규모를 줄여 미분양 리스크를 낮추고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여, 일단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전체 마스터 플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파격적 인센티브에도 개발업계는 '관망세'

최근 연방 정부와 온타리오 주 정부는 벼랑 끝에 몰린 주택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대책을 쏟아냈다. 신규 주택 구매자에 대해 1년간 합산세(HST)를 면제해 주는 22억 달러 규모의 혜택과 개발 부담금 감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골든 마일의 개발사들은 이러한 정책이 공사비 상승분을 상쇄하고 실질적인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구심을 보이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업 지연으로 인해 기존 거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1,500세대 규모의 재개발이 예정된 부지 내 저렴한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이주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 방치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중교통만으론 부족한 주택 공급, 시장 안정화가 선행되어야"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스카보로에 경전철을 놓은 가장 큰 명분은 철도 거점을 중심으로 고밀도 주택을 공급해 고질적인 주택난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골든 마일의 사례는 '인프라 구축'이 곧 '주택 공급'으로 자동 연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폭등이라는 삼중고 앞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교통 호재도 건설사의 '삽'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정부의 세제 혜택이 건설업계의 '돈 계산'을 바꿀 수 있을지가 이번 재개발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만약 골든 마일 같은 핵심 지역이 장기간 공터로 방치된다면, 수조 원을 들인 경전철은 '사람 없는 유령 노선'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민간 개발사가 다시 확신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는 실질적인 금융 지원과 시장 환경 조성이 시급해 보인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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