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해외 자산 뒤에 숨은 조세 회피, FAPI가 끝까지 추적한다
캐나다 조세 당국은 캐나다 거주자가 해외 법인이나 신탁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며 캐나다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해외 합산 과세 소득(FAPI, Foreign Accrual Property Incom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FAPI는 해외 엔티티가 벌어들인 이자, 배당금, 임대료, 로열티와 같은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을 실제로 캐나다로 송금하거나 배당하지 않더라도, 소득이 발생한 해당 과세 연도에 캐나다 거주자의 소득으로 간주해 즉시 과세하는 제도다.
해외 신탁, 외국에 있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소득세법 제94조
많은 납세자가 신탁을 해외에서 관리·운영하면 캐나다 세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캐나다 소득세법 제94조는 매우 정교한 그물망을 쳐두고 있다. 신탁 자체가 해외에 있더라도 다음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되면 해당 신탁은 '캐나다 거주 신탁'으로 간주되어 FAPI 규정을 적용받는다.
거주 기여자(Resident Contributor) 테스트와 '60개월 법칙'
신탁에 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한 사람이 캐나다 거주자인 경우다. 여기서 핵심은 '60개월(5년) 법칙'이다. 개인이 자산을 신탁에 출연하기 전 60개월 동안 캐나다에 거주한 적이 있다면 거주 기여자로 분류된다. 또한 자산을 출연한 후 60개월 이내에 캐나다 거주자가 되는 경우에도 소급하여 거주 기여자로 간주될 수 있어, 전략적인 단기 비거주 신분을 이용한 조세 회피를 원천 차단한다.
거주 수혜자(Resident Beneficiary)와 '연결된 기여자' 테스트
신탁의 수혜자가 캐나다 거주자이면서, 동시에 해당 신탁에 자산을 제공한 '연결된 기여자'가 있는 경우다. 연결된 기여자는 자산 출연 당시 캐나다 거주자였거나, 출연 전후 5년 이내에 캐나다 거주 신분을 가졌던 사람을 뜻한다. 즉, 순수하게 캐나다와 접점이 없는 외국인에 의해서만 설립되고 운영되는 신탁이 아니라면 캐나다 세법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과세 효과와 법적 대응의 중요성
제94조에 의해 캐나다 거주 신탁으로 간주되면, 해당 신탁은 캐나다 거주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소득을 계산하고 보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신탁 내에서 발생한 수동적 소득은 FAPI 규정에 따라 수혜자나 기여자의 소득으로 합산되어 과세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신탁 증서의 내용, 수탁자의 재량권 범위, 수익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매우 기술적인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신탁을 설정하고 자금을 투입하기 전,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험이 풍부한 세무 변호사의 조언을 받는 것이 예상치 못한 세무 조사나 벌금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한다.
글로벌 투명성 강화 시대, '인식의 전환' 필요
과거에는 해외 신탁이 자산가들의 '비밀 금고'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 캐나다 세법은 '실질적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주총리 등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임원들이 FAPI 규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규정 위반 시 따르는 막대한 벌금과 사회적 평판 저하 때문이다.
"해외에 있으니 안전하다"는 막연한 가정은 위험하다. 오히려 해외 신탁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하고, 캐나다 세법이 정한 연결 고리를 면밀히 분석하여 합법적인 절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밤중에 통과되는 예산안처럼 조용히 강화되고 있는 세법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납세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사전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