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캐나다 앨버타주의 민심을 흔들어 미국 합병 여론을 조성하려는 조직적인 유튜브 네트워크가 적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토론토스타가 최근 보도한 몬트리올 미디어 생태계 관측소(ME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Canadian Reporter’를 포함한 약 20여 개의 채널이 앨버타 주민의 소외감을 교묘히 파고들며 미국 편입을 부추기는 영상을 유포해 왔다.
“리자이나(Regina) 발음도 몰랐다”... 어설픈 연기로 덜미 잡힌 가짜 채널
이들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무려 4,000만 회에 달한다. 연구팀은 영상 내레이터가 서스캐처원의 주도인 리자이나를 엉터리로 발음하거나, 여성 정치인을 남성으로 지칭하는 등 캐나다인이라면 하지 않을 기초적인 실수를 저지른 점에 주목해 이들이 ‘캐나다인’을 연기하는 외부 세력임을 밝혀냈다.
‘슬로파간다’의 습격: AI가 뿌린 저질 콘텐츠가 여론을 왜곡한다
이번에 적발된 네트워크는 이른바 ‘슬로파간다(Slopaganda)’ 수법을 사용했다. 슬로파간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AI가 생성한 저품질의 반복적인 콘텐츠를 대량으로 살포하여 특정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는 기법을 뜻한다. 이들은 앨버타의 분리주의 정서를 자극하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고, 실제 여론 조사 결과보다 분리주의 지지율을 수십 배 부풀려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앨버타 내부의 실제 분리주의 리더들보다 이 가짜 채널들이 미국 합병을 10~12배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누가, 왜? ‘돈’보다는 ‘정치적 영향력’ 노린 전문 조직 가능성
해당 채널들은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해 위치를 숨기고 있으며, 유튜브의 AI 단속이 심해지자 전문 성우를 고용해 편집하는 등 점차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다. 캘거리 대학의 장 크리스토프 부셰 부교수는 “이 정도 규모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단순히 광고 수익을 노린 개인의 소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정 세력의 ‘잠입 영향력 작전’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들은 하나의 채널이 폐쇄되면 즉시 복제 채널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파고든 ‘심리적 실핏줄’, 비판적 시청이 방패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앨버타 주민들이 연방 정부에 느끼는 실질적인 불만을 가짜 뉴스의 ‘먹잇감’으로 삼아 국가 분열을 획책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슬로파간다’는 자극적인 언어와 감정적인 호소로 사용자를 확증 편향에 빠뜨리는 특성이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이러한 자극적인 영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동안, 정체불명의 세력은 캐나다의 국론을 분열시키며 실익을 챙기고 있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캐나다인인 척’하는 영상들의 어설픈 오류를 간파할 수 있는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