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우리는 미국의 고객일 뿐, 파트너가 아니다"... 무너진 76%의 자존심
국제 무역 전문 마크 워너(Mark Warner)는 파이낸셜 포스트와의 8분간의 심층 인터뷰에서 캐나다 정부가 대미 무역 협상(CUSMA)을 앞두고 빠져있는 '치명적인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워너 변호사는 "캐나다 수출의 76%가 미국으로 향하는 절망적인 종속 관계에서 '강경 대응'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체급 차이를 무시한 호전적인 태도가 협상 판을 망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셰일 가스 혁명 이후 캐나다의 에너지 레버리지가 급격히 약화되었음을 지적했다. 과거에는 "우리가 기름을 안 주면 미국이 멈춘다"는 논리가 통했지만, 이제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넘어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워너는 "미국은 우리 없이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우리는 미국 시장 없이는 단 한 달도 버틸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며 정부의 현실 자각을 촉구했다.
'북극판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무역의 인질로 잡아라
워너는 이번 인터뷰에서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캐나다의 북극해 상황과 연결하는 파격적인 지정학적 분석을 내놓았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기에 처하자 미국이 동맹국들에 선박 호위 등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에서 안보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캐나다가 북극해(Northwest Passage)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미국에 협력하느냐가 유일하게 남은 실질적 레버리지"라고 분석했다. 즉, 경제적 수치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으니 북극해 통제권이라는 '안보 자산'을 무역 협상 테이블의 핵심 카드로 던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미국이 우리를 버린다면, 우리는 유럽으로 간다"... 최후의 도박 'EU 가입'
워너는 미국이 CUSMA 갱신을 거부하거나 고율 관세로 캐나다 경제를 고립시키려 할 경우, 캐나다가 취해야 할 최후의 전략으로 'EU 가입'이라는 파격적 승부수를 거론했다.
이는 경제권 이동을 넘어, 캐나다가 미국의 앞마당에서 유럽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감으로써 미국에 '지정학적 수치심'과 '안보적 불안'을 동시에 안겨주는 전략이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더 이상 가족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미국의 라이벌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실한 공포를 심어줘야 한다"며, 지금처럼 '착한 이웃' 프레임에 갇혀서는 트럼프식 실리주의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숫자의 협상이 아닌 '생존의 도박'이 시작되었다"
"구걸하지 말고, 미국이 두려워할 만한 패를 만들어라"는 것이 워너의 제언이다. 그가 언급한 '북극해 안보'나 'EU 가입'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일 수 있으나, 협상가로서 던지는 본질은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 가치'의 확보다.
카니 정부가 내세우는 '강경 대응'이 국내 지지율용 쇼가 아니라면, 워너 변호사의 제언처럼 미국이 가장 아파할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찔러야 한다. 에너지와 공산품 수출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안보와 지정학, 그리고 거대 경제권과의 전략적 연대라는 고차원적 방정식을 풀어야 할 때다. 2026년, 캐나다 외교는 이제 '친절한 이웃'이라는 가면을 벗고 냉혹한 '전략가'의 얼굴을 해야 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