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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괴물이 아닌 환자일 뿐”
20년째 격리된 토론토 남성, 법원 ‘재평가’ 명령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카멜롯 함블렛 씨, 2005년부터 하루 22시간 이상 독방 생활
온타리오 항소법원 “20년의 고립은 도를 넘었다”... 독립적 의료 진단 지시
[Unsplash @Stormseeker]
[Unsplash @Stormseeker]
(토론토) 토론토 출신의 43세 남성 카멜롯 함블렛(Camelott Hamblett) 씨가 온타리오주 웨이포인트 정신건강 센터(Waypoint Centre for Mental Health Care)에서 20년째 이어온 사실상의 '독방 격리' 생활에서 벗어날 희망의 빛을 찾았다. 온타리오 항소법원은 9일(금), 함블렛 씨의 사례에 대해 병원 측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 의한 독립적인 의료 재평가를 실시하라고 판결했다.

2004년 사건 이후 ‘치료 저항성 조현병’ 진단… 20년째 이어진 고립

함블렛 씨는 2004년 성추행 및 폭행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정신 질환으로 인해 '형사 책임 능력 없음(NCR)' 판정을 받고 2005년부터 수감 시설이 아닌 정신병구금 시설에 수용되었다. 하지만 치료 저항성 조현병과 공격적인 환각 증세로 인해 그는 지난 20년간 하루 최대 2시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격리된 방에서 지내왔으며, 그마저도 대부분 신체 구속 상태였다.
항소법원의 그랜트 허스크로프트 판사는 판결문에서 "20년 동안 유의미한 치료 진전이 없었고, 병원 측 역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확신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며 "병원이 '아직 시도해 볼 만한 것이 남아있다'는 수준의 답변만 내놓는 것은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상냥했던 오빠, 박스에 담겨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나” 여동생의 눈물

함블렛 씨의 여동생 샤이엔 필립 씨는 이번 판결에 큰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녀는 "오빠가 웨이포인트로 갈 때 나는 불과 8살이었다"며 "오빠는 나에게 에어 조던 운동화를 처음 사주고, 핼러윈 때 사탕을 두 자루나 가득 채워주던 상냥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오빠는 괴물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일 뿐"이라며 "내 아이들이 오빠를 만나러 가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한다. 그가 죽어서 '박스(관)'에 담겨 돌아오기 전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가족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회적 경종 울린 ‘장기 격리’ 문제… 6월 재검토위원회 보고 예정

정신건강법 전문가이자 함블렛 씨의 변호인인 아니타 스지게티(Anita Szigeti)는 이번 판결이 정신병원 내 장기 격리 수용이 개인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인간을 이렇게 대우하는 것을 정상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번 독립 평가를 가급적 빨리 실시하여 6월에 열릴 온타리오 검토위원회 정기 심의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안전과 인권 사이, ‘방치’된 20년을 되돌아볼 때

함블렛 씨의 사례는 '공공의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정신 질환자가 사회에서 얼마나 철저히 지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단면이다. 20년이라는 시간은 형사 처벌을 받은 중범죄자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병원이 치료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대안 없이 격리만을 고집해 온 것은 사실상 '치료'가 아닌 '포기'에 가까웠음을 법원이 꼬집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신 질환으로 인한 NCR 수용자들에 대한 인권 보호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시사한다. 독립적인 평가를 통해 그가 적절한 치료 환경으로 옮겨지거나 최소한 '인간다운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 '괴물'을 만드는 것은 질병만이 아니라, 그 질병을 외면하고 가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스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e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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