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 주요 금융그룹 데자르댕(Desjardins)이 캐나다 중앙은행(BoC)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수장들이 생산성과 금리의 상관관계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중앙은행이 거시경제의 잠재력이라는 단일 변수에만 매몰되어 현실과 동떨어진 금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다.
중립금리의 함정: 장기적 시각이 현실 가린다
로이스 멘데스 데자르댕 거시전략 책임자는 28일 보고서를 통해 티프 맥클럼 BoC 총장과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지명자가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이나 경기 부양 없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게 하는 금리)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멘데스 책임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나치게 '장기적인 중립금리' 개념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의 관세 전쟁, 기업 투자 위축, 인구 성장 둔화와 같은 거대한 경제적 충격이 현재의 생산성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 저하가 곧 인플레이션? "충분한 근거 없다"
맥클럼 총장은 그동안 생산성 저하가 잠재 성장력을 약화시키므로,
금리를 섣불리 내릴 경우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워시 지명자는
AI 주도의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없이 금리를 내릴 공간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멘데스는 두 시각 모두 불완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낮은 생산성이나 낮은 잠재 출력 시나리오 자체가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단정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처럼 인구와 생산성 성장이 극도로 약화된 환경에서는 '단기적 중립금리'가 중앙은행의 장기 추정치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곧 현재의 금리 수준이 경제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동 분쟁이라는 변수... "성급한 금리 결정은 금물"
한편, 멘데스 책임자는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금리 계산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중동 발 에너지 가격 쇼크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면서,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자르댕은 중동 갈등이 본격화되기 직전 BoC에 금리 인하를 촉구할 계획이었으나, 에너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론에 갇힌 중앙은행, 민생 현장과의 괴리 좁혀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정교한 수식보다 변화무쌍한 경제 현장의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포착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데자르댕의 지적처럼 장기적 이론에만 매몰되어 현재의 생산성 위기와 인구 구조 변화를 '지나가는 일'로 치부한다면, 캐나다 경제는
고금리의 고통을 불필요하게 더 오래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일로 예정된 중립금리 추정치 발표에서 BoC가 현실적인 '단기 중립금리' 개념을 얼마나 수용했을지가 캐나다 경기 부양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