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급여는 낮아도 입은 자유롭다"... 캐나다로 향하는 미 연구자들
미국 내 정치적 압박과 학내 표현의 자유 위축에 실망한 일류대 교수들이 대거 캐나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캐나다 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예일대를 떠나 토론토 대학교 멍크 스쿨(Munk School)로 자리를 옮긴 제이슨 스탠리 교수를 비롯해 수많은 미국 내 연구자들이 북쪽으로의 이주를 타진하고 있다.
스탠리 교수는 인터뷰에서 "더 높은 연봉 때문에 오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연봉과 연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온다"며 "이유는 단 하나, 학문의 자유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의 사립 명문대만큼의 보상을 줄 수는 없지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검열'과 '징벌적 벌금'이 부른 인재 유출
미국 학계가 술렁이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학내 통제 정책이 있다. 텍사스 A&M 대학의 한 철학 교수가 성별과 성적 지향을 다룬다는 이유로 플라톤의 저작물 강의를 제지당하거나, 콜롬비아 대학교가 학내 시위 대응 미비로 2억 달러의 징벌적 합의금을 지불하는 등 정치적 외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협회(AACU)의 린 파스퀘렐라 회장은 "미국 교수진은 단순한 번아웃을 넘어, 자신의 윤리관에 어긋나는 결정을 강요받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캐나다, 영국, 독일 등으로의 '연구자 급증'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 13년간 17억 달러 투입해 인재 '줍기'
캐나다 연방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인재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안을 통해 발표된 'Canada Impact+ Research Chairs' 프로그램을 포함, 향후 13년간 총 17억 달러를 보건, 클린테크, AI 등 전략 분야의 해외 우수 인재 영입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숙제도 남아 있다. 캐나다 대학 연합의 가브리엘 밀러 회장은 인재 유치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유학생 비자 제한으로 인한 수입 감소와 주 정부의 지원 정체로 인해 대학들의 운영비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미국의 위기가 캐나다의 기회로... '자유의 가치'가 곧 국가 경쟁력"
미국 최고의 지성들이 돈을 포기하고 캐나다를 선택하고 있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는 차원을 넘어, 캐나다가 전 세계 학자들에게 미국 보다 '안전한 연구의 보금자리'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주춤했던 캐나다의 학문적 위상이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 덕분에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스탠리 교수가 경고했듯,
캐나다 역시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만약 캐나다마저 학내 시위나 민감한 연구 주제에 대해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다면, 어렵게 유치한 석학들은 언제든 다시 짐을 쌀 것이다.
17억 달러의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마음껏 토론하고 연구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토양'을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