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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에 저당 잡힌 도전 정신"
점수 지상주의가 캐나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성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어렵지만 가치 있는 과목(선형대수학, 실험 등)을 기피하는 현상 심화
2025년 통계청 조사 결과, 대졸자 41%가 저임금·비숙련 노동에 종사... 산업화 시대의 '줄 세우기'식 평가가 현대 경제 요구와 불일치
AI를 활용한 지속적 학습 궤적 추적과 결과 중심이 아닌 '형성(Formation)' 중심의 교육으로의 대전환 필요
[Unsplash @Sincerely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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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어려운 과목은 '기피 대상'... 성적표에 갇힌 대학생들의 지적 퇴행

기말고사가 끝나가는 요즘, 토론토 대학교의 닐 시먼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씁쓸한 고백을 듣곤 한다. "부모님이 커리어에만 집중하라고 하셔서요." 이 한마디에 학생들은 자신의 지적 지평을 넓혀줄 도전적인 과목이나 실험 대신, 좋은 점수를 받기 쉬운 '가벼운 수업'으로 도망친다. 한 번의 낮은 점수가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공포가 학생들을 지적 소심함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와 싱가포르에서 배우는 '회복 탄력성'의 가치

시먼 교수는 캐나다가 초등학교에서는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하면서도, 고등 교육 기관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성적표 시스템을 유지하는 모순을 지적한다. 반면 교육 강국인 핀란드는 학생들이 안주 지역(Comfort Zone) 밖의 고난도 코스를 밟도록 장려하며, 이는 곧 STEM 분야 진출이나 고급 연구 인력 양성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 역시 단순한 성적 인플레이션이 아닌, 어려움을 견뎌내는 '회복 탄력성 기반 평가'를 통해 국가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AI, 공포의 대상인가 교육 혁신의 도구인가

많은 교육자가 AI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두려워하며 오히려 고전적인 시험 방식을 강화하고 있지만, 토론토대 무르티 교수와 그로스먼 교수는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한다. 8만 명 이상의 학생을 일일이 평가해야 하는 현대 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AI를 활용해 학생의 일상적인 학습 참여와 성장 궤적을 며칠, 몇 달 단위로 기록하자는 것이다. 이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가치를 재단하는 '스냅샷' 방식에서 벗어나, 운동선수가 기량을 증명하듯 지속적인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보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혜를 빚는 '형성'의 시간"

​웨스턴 대학교의 마크 데일리 교수가 지적했듯, 지능과 정보가 도처에 널린 세상에서 대학의 존재 이유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AI가 코드를 짜고 에세이를 쓰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가치는 '판단력과 종합적 사고'다. 단순히 지식을 머릿속에 옮겨 담는 '정보 전달'은 이제 가치를 잃었다.

​진짜 교육은 어려운 문제 앞에서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 즉 '형성(Formation)'에서 일어난다. 낙제점에 가까운 중간고사 성적 뒤에 숨겨진 천재성을 발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만이 캐나다 대학이 AI에 대체되지 않을 유일한 길이다.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말처럼, 인간의 손길은 닿을 수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 성적표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뻗는 학생들을 응원하는 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toront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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