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파키스탄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취소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종전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고, 지난 21일로 예상됐던 2차 협상에 이어 이번 주말 협상까지 무산되면서 당분간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 상황이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대표단 파견 취소…“이동하는 데 시간 낭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이란 측과 만나려던 우리 대표단의 방문 일정을 방금 취소했다”고 밝혔다.
대표단 파견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은채 “이동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고 할 일도 많다”며 “게다가 그들의 ‘지도부’ 내부는 엄청난 내분과 혼란에 휩싸여 있어서 그들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누가 실권을 쥐고 있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당초 백악관은 전날 “이란이 대면 협상을 요청해왔다”고 주장하며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25일 파키스탄으로 출발할 예정”이라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끄는 이란 협상단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측은 이란의 요청에 따라 대면협상이 열릴 거라는 백악관의 주장과 달리 “직접 회담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전날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을 만나 이란의 종전 관련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이날 파키스탄을 떠났다.
“대화 취소하자 더 나은 문서 전달해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 파견을 취소하면서도 “그들이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전화만 하면 된다”며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나는 필요한 상대라면 누구와도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재차 협상 취소 결정과 관련 ‘하루만에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묻자 “아무것도 없다(nothing)”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지 그들이 우리에게 더 나았어야 할 문서를 가져왔다”며 “흥미롭게 (협상단 파견을)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당초 불만족스러운 답변을 줬지만 미국이 협상단 파견을 취소한 직후 개선된 제안을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합의는 복잡하지 않고 매우 간단하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미국이 요구하는 사실상 영구적 핵무기 폐기와 관련해 다소 진전된 입장을 제시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란이 전달했다는 ‘문서’의 내용은 물론 해당 입장이 어떤 경로로 전달됐고, 제안의 주체가 누구인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중부사령부가 제공한 사진 속에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봉쇄 조치를 집행 중인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라파엘 페랄타(DDG 115)의 모습이 보인다. 정확한 작전 장소를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그들에겐 아무 카드도 없다”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이란 “美 진지한지 의문”…네타냐후 “헤즈볼라 공격”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오만에 도착한 뒤 SNS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외교에 진심으로 진지한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시간 25일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오만으로 이동해 오만측 인사와 만난 장면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측은 전날 파키스탄에 도착한 이후에도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올린 글에서도 “파키스탄 방문은 매우 성과가 있었고, 종전의 실행 가능한 틀에 관해 이란의 입장을 공유했다”며 파키스탄을 방문한 이유가 미국이 아닌 중재국을 만나기 위함이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라그치 장관이 파키스탄을 떠난 직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면서 미국과 백악관 지지자들을 그 억지 효과의 그림자에 가두는 것이 이란의 결정적 전략”이라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지 않을 뜻을 재차 천명했다.
한 여성이 25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들의 추모 사진 앞을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위 왼쪽)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위 중앙)와 새로 선출된 최고 지도자 모지타바 하메네이(위 우측)의 사진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군에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강력한 공격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중재로 양측이 3주간의 추가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